돈 문제로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빚진 사람이 채권자를 살해하고, 그 자리에서 돈을 가져갔습니다. 언뜻 보기엔 돈을 빼앗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강도살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강도살인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강도살인죄, 핵심은 '강도'
강도살인죄는 '강도'를 하려다 사람을 죽였을 때 적용되는 죄입니다. (형법 제338조) 따라서 강도살인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강도'가 성립해야 합니다. 강도는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법영득의사',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입니다.
채무 면탈 목적의 살인, 강도일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돈을 빌려준 피해자를 살해하고 돈을 가져갔습니다. 빚을 갚지 않으려고 채권자를 죽인 것이죠. 그렇다면 이 행위를 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채무 관계에서는 빚진 사람에게 갚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채권자를 살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상속인이 존재하고 채무 관계가 명확하다면, 빚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채권자를 죽여서 잠시 빚 독촉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빚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채무 면탈 목적으로 채권자를 살해한 행위는 강도로 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강도살인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86. 6. 24. 선고 86도776 판결)
살인 후 시간이 지난 뒤 재물 취득은?
이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에 돈을 가져갔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은 처음에는 시체에서 지갑을 꺼내 숨겼다가, 한참 후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사용했습니다.
법원은 살인이라는 범죄행위가 끝난 후에 별도의 의도로 재물을 가져간 것이라면, 이를 강도살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강도살인은 강도를 하려다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 성립하는 죄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108 판결)
결론: 강도살인 아닌 살인 및 절도
결국 법원은 이 사건을 강도살인이 아닌 살인과 절도로 판단했습니다.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분명 끔찍한 범죄이지만, 법적으로 강도살인에 해당하는 모든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억울한 처벌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형사판례
빚을 갚지 않으려고 채권자를 살해했더라도 상속인이 있어 빚의 존재가 명확하다면 강도살인죄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될 수 있다.
형사판례
술집에서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주인을 살해하고 바로 돈을 훔쳤다면, 단순 살인이 아니라 강도살인죄로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형사판례
강도짓을 한 직후 도망치다 경찰에 붙잡히자, 체포를 피하려고 경찰관을 칼로 찔러 죽인 경우 강도살인죄가 성립한다는 판결.
형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빚 회수를 부탁받았더라도, 빚진 사람을 폭행하거나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면 강도죄가 성립합니다.
형사판례
이 판례는 강도살인죄에서 살인의 고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사형 선고는 어떤 경우에만 허용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범행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과 사형 선고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강간 후 강도 행위를 했을 경우, 특수강도강간죄가 아닌 강간죄와 강도죄의 경합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명시합니다.
형사판례
누군가에게서 직불카드를 빼앗아 그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면 강도죄뿐만 아니라 절도죄도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