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01.15

민사판례

사채알선업자, 대리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은 복잡하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채알선업자가 개입된 경우, 그 역할과 책임 범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채알선업자의 대리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 사례를 살펴보고, 사채 거래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돈이 필요했던 A씨는 친구 B씨에게 돈을 빌릴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B씨는 부동산중개업자 C씨를 통해 사채알선업자 D씨를 소개받았습니다. D씨는 A씨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고, A씨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과 전세권을 설정하기 위한 서류를 미리 받아두었습니다.

D씨는 E씨에게 연락하여 A씨에게 돈을 빌려줄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E씨는 여러 사람에게 돈을 모아 A씨에게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A씨와 E씨는 D씨 사무실에서 만나 차용 조건에 합의했지만, 실제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D씨가 약속한 금액보다 적은 돈을 A씨의 친구 B씨에게 전달했고, 추가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돈을 돌려받고 담보 서류도 되찾아오라고 했지만, D씨는 이미 A씨의 부동산에 근저당권과 전세권 설정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결국 A씨는 D씨가 자신의 대리인으로서 E씨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담보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사채알선업자인 D씨가 A씨와 E씨 양쪽 모두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 모두 사채알선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81.2.24. 선고 80다1756 판결, 1979.10.30. 선고 79다425 판결 참조)

그러나 법원은 D씨가 A씨와 E씨 사이의 계약을 해지할 권한까지 가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할 대리권까지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18조, 대법원 1991.2.12. 선고 90다7364 판결, 1987.4.28. 선고 85다카971 판결 참조) 즉, D씨는 A씨와 E씨를 연결해주고 계약 체결을 도울 수는 있지만, 이미 체결된 계약을 A씨나 E씨의 동의 없이 함부로 해지할 수는 없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 사례는 사채 거래, 특히 사채알선업자가 개입된 거래에서 대리권의 범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사채알선업자는 양쪽 당사자를 연결하고 계약 체결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그 권한은 계약 체결까지만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사채 거래 시에는 모든 과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사채알선업자에게 과도한 권한을 위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계약 해지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처리하거나 명확한 대리권을 수여한 경우에만 위임해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 및 확인, 대리권 범위 명시 등 기본적인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사채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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