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사건 여러 개를 합쳐서 재판하면 항소가 어려워진다고?

소액 재판, 말 그대로 금액이 적은 사건을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만약 소액사건이 여러 개가 되어 하나로 합쳐서 재판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합쳐진 금액이 소액사건 기준을 넘어가면 일반 재판처럼 항소가 자유로워질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바로 이런 경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건의 소액사건을 병합해서 재판했는데, 합쳐진 금액이 소액사건의 기준 금액을 넘어가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피고는 이를 근거로 상고(대법원에 하는 항소)를 시도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법원은 소액사건인지 아닌지는 처음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나중에 여러 사건이 합쳐져서 금액이 커졌더라도 처음 소송을 냈을 때 소액사건이었다면, 여전히 소액사건으로 취급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상고를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소액사건의 상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 헌법 위반
• 법률, 명령 또는 규칙 위반
• 대법원 판례 위반

즉, 단순히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증거를 잘못 판단했다는 등의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번 판례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1986.5.27. 선고 86다137,138 판결)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소액사건을 여러 개 합쳐서 재판하더라도 처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소액사건이었다면 소액사건심판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액사건 관련 분쟁이 있으신 분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