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9.07.11

민사판례

신탁회사, 고객이 전문투자자든 아니든 똑같이 책임져야 할까?

금융투자, 특히 신탁 투자를 하다 보면 '전문투자자'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전문투자자는 일반투자자보다 금융 지식과 투자 경험이 풍부하고, 큰 손실을 감당할 능력도 있다고 인정받은 투자자들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신탁회사는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다르게 대해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STX팬오션 기업어음 투자 손실

A 증권사(원고)는 B 증권사(피고, 신탁회사)에 500억 원을 맡겨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었습니다. A 증권사는 신용등급 A2 이상의 기업어음에만 투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B 증권사는 A 증권사의 지시에 따라 투자를 운용하다가 STX팬오션이 발행한 기업어음을 매수했습니다. 매수 당시 이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은 A2였지만, 이후 STX팬오션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A 증권사는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A 증권사는 B 증권사가 신탁 운용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전문투자자에게는 책임이 덜한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신탁회사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에게 부담하는 선관주의 의무(맡은 일을 잘 처리해야 할 의무)와 충실 의무(고객의 이익을 위해 성실히 일해야 할 의무)의 정도가 다른지 여부였습니다. A 증권사는 전문투자자이기 때문에 B 증권사가 일반투자자를 대할 때보다 낮은 수준의 주의 의무만 다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투자자 유형과 관계없이 동일한 책임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02조를 근거로, 신탁회사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는 수익자가 전문투자자든 일반투자자든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신탁회사는 투자자의 유형과 관계없이 항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탁재산을 운용하고,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위탁자가 운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때문에, 신탁회사는 위탁자의 지시를 따르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신탁재산을 관리 및 운용했다면, 예측이 빗나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B 증권사는 A 증권사의 지시에 따라 A2 등급의 기업어음에 투자했고, 당시 시장 상황과 정보를 고려했을 때 투자 손실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B 증권사가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조 제5항, 제6항: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구분 기준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46조의2, 제47조: 투자권유 단계에서의 투자자 보호 규정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02조: 신탁업자의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
  •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96130 판결,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3다26425 판결: 관련 판례

결론:

이번 판결은 신탁회사가 고객이 전문투자자든 아니든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경험이나 지식 수준과 관계없이 신탁회사로부터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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