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제 이름으로 빌린 500만원 도박 빚, 제가 갚아야 할까요? 😱

이웃에게 황당한 소송을 당했습니다. 500만원을 빌려 쓰고 갚지 않는다며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온 겁니다. 저는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제 인감도장을 관리하던 아내가 제 명의로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린 것이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아내가 빌린 돈을 사업자금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소장을 받기 전까지 아내가 돈을 빌린 사실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 경우, 제가 아내가 빌린 돈을 갚아야 할까요?

아내의 행동, '일상가사 대리권'에 해당될까요?

부부 사이에는 '일상가사 대리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부부 중 한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일을 할 때 다른 한 사람의 동의 없이도 대신 처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827조 제1항) 만약 이 범위 안에서 빚을 졌다면, 배우자도 함께 갚을 책임이 있습니다. (민법 제832조)

그렇다면 500만원의 빚, '일상가사'에 해당할까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상가사의 범위는 부부의 사회적 지위, 직업, 재산, 수입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다77712 판결) 돈을 빌린 금액, 목적, 실제 사용 용도 등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6877 판결)

이번 경우, 아내가 500만원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렸지만 실제로는 도박에 사용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가정의 생활비나 생활용품 구매와는 거리가 멀죠. 따라서 아내의 행동은 '일상가사'로 보기 어렵습니다. 즉, 저는 아내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현대리'는 어떨까요?

하지만 '표현대리'라는 또 다른 법적 개념이 있습니다. 만약 돈을 빌려준 이웃이 아내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비록 아내에게 실제로 대리권이 없더라도 저에게 빚을 갚을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26조)

예를 들어, 제가 평소 아내에게 인감도장 관리를 맡기는 등 아내에게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했다면, 이웃은 아내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66. 5. 10. 선고 66다279 판결) 이 경우 '표현대리'가 성립되어 제가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표현대리' 성립 여부는 대리행위가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3828 판결)

결론적으로, 아내가 제 이름으로 빌린 도박 빚을 제가 꼭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가사 대리권'이나 '표현대리'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변호사와 상담하여 법률적 조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