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6.11

민사판례

아파트 단지 내 도로, 내 땅이라고 막을 수 있을까?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도로, 누구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죠? 그런데 만약 그 도로가 사유지라면 어떨까요? 땅 주인이 갑자기 "내 땅이니까 다니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생각만 해도 불편하고 혼란스러울 겁니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대한 땅 주인의 권리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한 건설회사(원고)가 1970년대 후반 서울 구로구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단지 내 도로로 사용될 땅(이 사건 토지)을 매입했습니다. 이후 아파트는 재건축되었고, 새로운 아파트의 출입구 위치가 바뀌면서 이 사건 토지는 예전처럼 아파트 주민들의 주요 통행로로는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구로구청(피고)이 이 땅을 도로 용도로 관리·사용하기 시작했고, 건설회사는 구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심 판결: 원심 법원은 건설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건설회사가 이 땅을 원래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제공한 것이지, 인근 주민들까지 생각해서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더 이상 이 땅을 통행로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건설회사가 땅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건설회사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이 땅을 도로로 제공한 점, 이 땅이 아파트 단지 경계에 위치하고 다른 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점, 30년 넘게 아파트 주민들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이 땅을 통행로로 사용해 온 점 등을 근거로, 건설회사가 이 땅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만들면서 사실상 주민들의 통행을 위해 제공했다면, 나중에 마음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핵심 법리:

  • 민법 제211조 (소유권의 내용):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및 처분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경우 제한될 수 있음)
  • 대법원 1985. 8. 13. 선고 85다카421 판결: 택지 조성 시 개설된 도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사람의 통행을 위해 제공된 것으로 봐야 한다.
  •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7114 판결,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39524 판결: 토지 소유자가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는지 판단할 때는 토지의 위치, 주변 환경, 다른 토지와의 관계, 토지가 주변 토지 사용에 기여하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론: 이 판결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대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비록 땅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더라도, 주변 환경과 그 땅의 용도 등을 고려했을 때 공공의 통행로로 사용될 것이라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면, 소유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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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반환#도로제공#소유권포기#재산권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