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직자 비판, 어디까지 허용될까? - 공익과 명예훼손 사이의 줄다리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초석이지만,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공직자에 대한 언론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공직 사회 감시라는 공익적 목적을 갖지만, 동시에 개인의 명예를 침해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의 공직자 비판은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인터넷 언론사(□□뉴스) 기자가 "국정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에 정보를 흘렸고, 당시 검찰 고위직이었던 丙이 여기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丙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 언론사의 명예훼손 책임
• 공직자 관련 보도에서 언론의 자유 제한 완화 여부
• 해당 보도가 공익 목적을 벗어난 악의적 공격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은 丙의 손을 들어주며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파기 환송하며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요건: 언론이 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거나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언론사에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
• 공직자 관련 보도: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 업무 처리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헌법 제21조 제4항)
• 악의적 공격 여부 판단 기준: 표현의 내용과 방식, 의혹의 공익성, 공직자 평가 저하 정도, 취재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위 기준에 따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언론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丙이 공직자였고, 기사 내용이 공적 관심 사안이며, 관련 의혹이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언론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악의적인 공격이었는지 더욱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조문 및 판례

• 헌법 제21조 제4항 (언론·출판의 자유)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 민법 제751조 (명예훼손)
• 민사소송법 제288조 (증명책임)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이번 판례는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가치의 균형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공익을 위해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은 아닙니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공익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을 악의적으로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