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지만,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언론 보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언론사와 관련자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관련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언론 보도, 명예훼손인지 판단하려면?
언론 보도가 명예훼손인지 아닌지는, 단순히 특정 문구만 떼어놓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기사 전체의 맥락, 사용된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 문장 연결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당시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해당 표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6다38032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명예훼손이어도 괜찮은 경우가 있다?
만약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이거나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설령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위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은 보도 내용이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고, 기자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익이 섞여 있더라도, 주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괜찮습니다. '진실'은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면 되고, 약간의 차이나 과장은 허용됩니다 (대법원 2000다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보도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 자료의 신빙성, 사실 확인의 쉬운 정도,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기자가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진실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 1998. 5. 8. 선고 96다36395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언론의 자유 vs. 명예보호, 균형은 어떻게?
언론의 자유와 명예보호는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보도 내용이 공적인지 사적인지, 피해자가 공인인지 일반인인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공적인 사안에 대한 표현일수록 언론의 자유는 더욱 보장됩니다 (대법원 2000다37524, 37531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언론사 대표, 간부의 책임은?
언론사는 여러 부서와 담당자들이 협력하여 보도를 제작합니다. 따라서 보도에 관여한 사람의 책임은, 그 사람이 제작 및 보도 과정에 실제로 어떻게 관여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 대표나 간부라는 지위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관련 법 조항: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한 교수의 회사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 대법원은 기사 내용이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이고, 전체 맥락에서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공정위 과장의 계좌에 다단계 업체 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마치 공정위 과장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명령한 판결.
민사판례
신문사가 변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 사건을 보도하면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고발 사건의 단순 경과를 보도한 기사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KBS가 미디어오늘의 기사가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은 기사 내용이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KBS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사판례
공직자가 폭설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양주파티'를 했다는 인터넷 신문의 보도가 허위로 밝혀져 명예훼손으로 인정됨. 법원은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악의적인 보도는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
민사판례
언론 기사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는 기사 내용뿐 아니라, 일반 독자가 기사를 읽는 방식을 고려하여 기사 전체의 흐름과 뉘앙스,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