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9.04

민사판례

예비적 청구와 기판력, 그리고 소송의 적법성

오늘은 예비적 청구와 관련된 기판력, 그리고 소송의 적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한 소송 이야기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소외인에게 돈을 빌려주었지만, 소외인이 돈을 갚지 않자 소외인이 피고에게 받을 돈(토지매매잔대금)에 가압류를 걸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는 피고에게 돈을 달라고 소송(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원고는 *주된 청구(주위적 청구)*로 가압류한 돈을 달라고 하고, 만약 주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예비적 청구) 피고가 소외인의 빚을 갚기로 약속했다며 그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전소송의 1심 법원은 주된 청구의 일부만 인용하고 예비적 청구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가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상고했고, 대법원은 일부 파기환송했습니다. 환송된 항소심에서도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지만, 원고는 또다시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소송의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다시 피고를 상대로 전소송의 예비적 청구와 같은 내용의 소송(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 전소송에서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 없었는데, 이 사건 소송이 적법한가?
  • 상소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고 확정판결을 받은 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기판력: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의 내용에 기속력(기판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법원이 어떤 청구에 대해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는 기판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소송에서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이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은 아닙니다.

  2. 권리보호요건: 소송을 제기하려면 권리보호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즉, 분쟁 해결을 위해 더 간편한 절차(예: 상소)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는 소송 제기의 적법성을 막는 요소가 됩니다. 원고는 전소송에서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누락을 다투기 위해 상소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은 권리보호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합니다.

  3. 예비적 청구의 특수성: 주위적 청구가 기각되면 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면, 당사자는 상소를 통해 이를 시정받아야 합니다. 원고는 상소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하고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참조조문

  • 구 민사소송법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24조(현행 제134조 참조), 제226조(현행 제248조 참조), 제230조(현행 제253조 참조), 제240조 제2항, 제360조, 제366조, 제392조 내지 제395조, 제401조(현행 제431조 참조), 제422조(현행 제451조 참조)

참조판례

  • 대법원 2000. 11. 16. 선고 98다22253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
  •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817 판결
  • 대법원 1995. 8. 11. 선고 94다21559 판결
  • 대법원 1979. 9. 11. 선고 79다1275 판결
  • 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29026 판결
  •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48857 판결

결론적으로, 상소를 통해 충분히 다툴 수 있었던 사안을 상소하지 않고 확정판결을 받은 후,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법원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소송은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며, 주어진 권리구제 절차를 제때에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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