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어느 법원에서 소송을 해야 할까요? 당사자끼리 미리 정해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관할합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외국에서 돈을 빌려주고 관할합의도 외국 법원으로 정했는데, 채권이 한국 사람에게 넘어가 한국에서 소송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일본에 살던 채권자 A씨는 일본에 살던 채무자 B씨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분쟁 발생 시 A씨 주소지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당시 문구점에서 팔던 차용증에 이미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그 후 A씨는 이 채권을 한국에 사는 C씨에게 양도했습니다. 이후 C씨는 B씨를 상대로 돈을 갚으라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차용증에 미리 인쇄된 관할합의 조항이 효력이 있는 약속인지, 단순한 예문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외국에서 맺은 관할합의가 채권 양도 후 한국에서 제기된 소송에도 효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차용증에 인쇄된 관할합의 조항이 단순한 예문이 아니라,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 약속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지만, 당사자들이 다른 부분은 수정하면서도 이 부분은 그대로 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관할 법원을 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다21954 판결,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623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법원은 이 관할합의가 한국에서 제기된 소송에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일본에 살면서 일본 법원을 관할로 정한 것은 일본 내에서 소송이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한 약속이지, 다른 나라에서 소송이 제기될 경우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이 한국 사람에게 양도되어 한국에서 소송이 제기된 지금은, 이 관할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9조, 국제사법 제2조)
결론
외국에서 맺은 관할합의는 그 나라 내에서의 소송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채권 양도 등으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가 된 경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소송이 제기된 국가의 법에 따라 관할 법원이 정해집니다.
관련 법조항:
참고: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 67271 판결,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다5546 판결, 대법원 1969. 7. 8. 선고 69다362 판결,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다2004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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