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채권, 원화로 갚을 땐 언제 환율로 계산해야 할까?

해외 거래가 늘어나면서 외화 채권 관련 분쟁도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채권 금액이 외국 통화(예: 달러)로 정해진 경우, 원화로 갚을 때 어떤 환율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핵심은 '현실이행시'

외화 채권을 원화로 변제할 때 적용하는 환율의 기준 시점은 채무 이행일(갚기로 약속한 날)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갚는 날입니다. 즉, 돈을 주고받는 바로 그 순간의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원화를 외화 채권에 변제충당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실제로 변제 충당하는 날의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A라는 한국 기업이 B라는 일본 기업에 미화 229달러/㎘로 선박용 유류를 공급하기로 계약했습니다. B는 45일 이내에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기한 내에 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A는 B가 지급보증 또는 담보로 제공한 원화 지급보증서와 당좌수표를 통해 채권을 회수했습니다. 이때 A는 원화를 받은 당일의 환율을 적용하여 달러 채권에 충당했습니다.

B는 유류 공급 당시 또는 지급보증서 교부 당시의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계약서에 달러로 지급하기로 명시되어 있고, 원화 지급보증서 등은 단순히 지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일 뿐, 달러가 아닌 원화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은 민법 제378조(변제충당의 순서)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1991년 전원합의체 판결(90다2147)을 통해 외화채권의 원화 변제 시 환산 기준은 현실이행시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위 사례에서 언급된 부산고등법원 1999. 8. 27. 선고 99나1826 판결 역시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따르고 있습니다.

결론

외화 채권을 원화로 변제하거나 변제충당할 때는 '현실이행시'의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며, 외화 채권 관련 거래에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