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땅을 사기 위해 거액을 지불했는데, 땅 주인이 잠적해버렸다면?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채권자대위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채권자대위권
A씨는 B씨로부터 나중에 C회사로부터 공급받을 택지를 미리 매수하고 돈을 지불했습니다. C회사는 B씨를 공급 대상자로 선정하고 공급 신청을 받았고, 추첨을 통해 B씨에게 택지를 배정했습니다. 이제 B씨가 C회사와 계약만 하면 택지가 B씨 소유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B씨는 이미 A씨 뿐 아니라 D씨에게도 택지를 팔아넘기고 잠적해버렸습니다.
A씨는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 대신 C회사와 택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채권자대위권이란 무엇일까요?
민법 제404조 제1항은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갚지 않는 사람(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 채무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돈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 대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권리가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제외됩니다.
대법원 판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법원은 채무자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하면 새로운 법률관계가 만들어지는 경우, 채무자 본인이 그 권리 행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0527 판결) 쉽게 말해, 채무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권리까지 채권자가 마음대로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계약의 청약이나 승낙"입니다.
A씨의 경우는 어떨까요?
A씨의 경우, B씨가 C회사에 해야 할 "택지 매매계약의 청약"을 A씨가 대신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의 청약"은 B씨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안이므로, 채권자인 A씨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0527 판결 참조) 즉, A씨의 채권자대위권 행사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계약의 청약이나 승낙처럼 채무자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권리는 채권자대위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A씨처럼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약 전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계약 내용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민사판례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채권자대위권은 계약의 청약이나 승낙처럼 새로운 법률관계를 만드는 권리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부동산을 공동으로 매수한 사람 중 한 명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때, 자기 지분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대위행사할 수는 없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 대신 돈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걸 수 있는 권리(채권자대위권)는 채무자가 이미 똑같은 소송을 해서 패소했다면 행사할 수 없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이 다른 사람(제3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데도 받지 않고 있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제3채무자에게 돈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제3채무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할 수 있는 항변(예: "돈을 빌려준 적 없다" 등)을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고, 채무자의 채권자가 제3채무자에게 돈을 청구할 권리가 시효로 소멸되었다는 주장도 할 수 없습니다.
민사판례
채권자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채무자가 알고 난 후에는, 채무자가 그 재산을 팔았던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채권자에게는 효력이 없다.
민사판례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때,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제3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출 필요는 없다. 또한,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제3채무자는 해당 채권의 존재 자체를 다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