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정리 중 담보권 행사, 안 돼요!

부도 위기에 놓인 회사를 살리기 위한 회사정리 절차 중에는 채권자들이 개별적으로 빚 독촉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규정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채권자가 담보를 쥐고 있다면 어떨까요? 마음대로 팔아서 빚을 회수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을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건설회사 A는 건설공제조합 B로부터 돈을 빌리고 보증도 받으면서, A회사가 B에 대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B가 A회사 소유의 출자증권을 처분해서 빚을 회수해도 좋다는 약정을 했습니다. A회사가 부도가 나자, B는 약정대로 출자증권을 팔아서 빚을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A회사는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고, A회사의 관리인은 B가 출자증권을 처분한 행위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B의 행위가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인권이란, 회사정리절차에서 회사 재산을 빼돌리거나 부당하게 처분하는 행위를 무효로 돌리는 권리입니다.

• 회사정리절차에서는 담보권자도 마음대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없습니다. (회사정리법 제67조) 모든 채권자는 정리절차 내에서만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회사정리법 제123조 제2항, 제112조)
• B는 A회사의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면서도 출자증권을 처분했습니다.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2호)
• 질권(담보권의 일종) 실행도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됩니다. (회사정리법 제81조) B가 출자증권을 판 것은 일반적인 담보권 실행과 마찬가지로 회사 재산을 줄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B가 출자증권을 판 돈을 A회사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미 출자증권이 팔렸기 때문에, B는 그 **가액(돈으로 환산한 값)**을 A회사에 돌려줘야 합니다.

핵심 정리

• 회사정리절차 중에는 담보권자라도 마음대로 담보물을 처분해서 빚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 이러한 행위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며, 채권자는 그 가액을 회사에 돌려줘야 합니다.

이 판례는 회사정리절차에서 채권자들의 권리 행사가 제한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모든 채권자가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관련 법 조항은 회사정리법 제67조, 제78조 제1항 제2호, 제81조, 제112조, 제123조 제2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