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사건번호:

2020도15259

선고일자:

20210311

선고:

선고

법원명:

대법원

법원종류코드:

400201

사건종류명:

형사

사건종류코드:

400102

판결유형:

판결

판시사항

형사재판에 있어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 피해자가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는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점 /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및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공1994하, 2695),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공2004하, 1290),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공2018상, 909),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판례내용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광웅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10. 22. 선고 2019노25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 3. 21:56경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회기역을 출발한 경의중앙선 용문행 전동차 안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28세)의 앞에 붙어 서서 손을 피해자의 치마 속에 집어넣어 스타킹 겉 부분까지 손가락이 닿은 채로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성기 부분을 문지르고 더듬는 등 약 5분 동안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추행사실과 간접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히려 진술이 추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상식에 반한다. 나. 신발을 신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키가 비슷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몸을 숙이지 않고 피해자의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스타킹 겉면을 통해 팬티 안에 붙어 있는 생리대만 옆으로 밀고 손가락으로 성기 부분을 휘젓는다는 것은 접착식ㆍ날개형 생리대의 구조, 당시 피해자가 휴대폰을 보고 있어 더 낮았을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와 피고인 간의 밀착도 등을 더하여 볼 때, 물리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 피해자는 추행을 당할 당시 코트가 다 열려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위 진술은 당시 CCTV 영상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과 배치된다. 라.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가방을 든 왼손으로 추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법정에서 가방을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추행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으나,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와 경위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마.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 추행행위를 5분 동안 몰랐다고 하였으나 그와 같은 정도의 추행행위를 5분 동안이나 몰랐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또한 피해자는 사람이 많은 전동차 내에서 피고인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행사실을 항의하고 홀로 피고인을 전동차 밖으로 끌어 내린 뒤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용감한 성격인데, 이 사건 추행행위에 대하여 일정 시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수긍이 어렵다. 이에 피해자는 추행 시간과 정도를 과장하여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 피고인의 주장은 가방끈이 흘러내려 다시 잡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가락 등이 피해자의 하체에 닿은 것 같다는 취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동작을 피해자가 오해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피해자는 사람이 많은 전동차 내에서 피고인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고, 피고인이 부인하여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피해사실을 과장할 동기가 있다. 사.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 외에 다른 목격자 등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본인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을 솔직하게 진술하여 그 주장을 믿을 만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등 참조). 한편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1)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손가락으로 스타킹 겉면을 통해 팬티 안쪽 생리대까지 젖히고 성기 부분을 문지르고 더듬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사실의 주된 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가방을 든 왼손으로 추행하였다고 진술하고 같은 취지의 재연행위를 하였으나, 제1심법정에 이르러 가방을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추행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피해자는 위 진술 번복 동기와 경위에 관하여 ‘경찰 조사 당시 경황이 없었고 흥분한 상태여서 정확하게 진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경찰 조사 당시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이었으므로 경황이 없었고 흥분한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 번복 동기와 경위가 경험칙상 납득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피고인의 가방은 노트북을 담는 것으로 어깨에 멜 수 있는 어깨끈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같이 달린 형태로 되어 있고, 피고인은 당시 이를 왼쪽 어깨에 멘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가방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되었을 사정을 더하여 보면 더욱 그렇다. (3) 피해자의 진술 중 피해자와 피고인의 전동차 내 위치, 추행이 시작되었다고 인지한 전철역 등에 대하여 수사기관과 법정 진술 간에 다소 차이가 있고, 피해자가 추행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피고인의 어깨를 친 행위, 피고인이 너무 아플 정도로 음부를 휘저은 행위, 추행 당시 피해자의 코트가 다 열렸던 상황 등을 법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부분이 있으나, 대부분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기억을 떠올려 진술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여지가 있는 사정에 불과해 보인다. (4) 피해자는 오래된 스타킹을 신었다고 하고 있고, 당시는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어서 생리대의 접착력이 떨어졌을 여지도 있으므로, 스타킹 겉면에서 손가락을 휘저어 팬티에서 생리대를 분리시키거나 밀어낼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5) 또한 신발을 신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키 차이가 거의 없었더라도, 입었던 치마의 길이가 허벅지 중간 정도였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몸을 숙이지 않고는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추행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당시 전동차 안에 사람이 많은 상태였으므로 피해자가 앞에 있던 피고인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6) CCTV 영상은 전동차 안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전동차를 타기 전 회기역 계단 및 승강장에서의 영상과 전동차에서 내린 이후에 상봉역에서 이동하는 뒷모습 영상 등에 불과하여, 피해자가 전동차 안에서 코트 단추를 풀었다는 진술과 객관적으로 배치되는 영상으로 볼 수 없다. (7) 피해자가 진술한 추행 시간인 ‘5분’과 추행 정도인 ‘생리대를 젖히고 아주 센 강도로 엄청나게 음부를 손가락으로 돌리고 휘젓는 정도’는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에 의한 것으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과장이 개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8) 피해자는 ‘처음에는 생리대 때문에 바로 느끼지 못하였다가 한 30초 정도 뒤에 느낌이 이상하여 한 걸음 이동하였는데, 피고인이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따라 붙어서 이 사건 추행을 하였다.’, ‘3~5초 정도 눈으로 정확히 범행 장면을 목격하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 따졌다.’는 등으로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행위를 인지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9) 원심은, 피해자가 항의를 하고 경찰에 신고한 행위로 피해자의 성격을 속단하여 피해자의 성격상 이 사건과 같은 추행 정도에 대하여 일정 시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10) 피고인의 주장은 가방끈이 흘러내려 다시 잡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가락 등이 하체에 닿은 것 같다는 취지인데,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은 피고인이 손가락을 치마 속에 넣어 생리대를 젖히고 음부를 휘저었다는 취지여서, 피고인 주장의 행위를 피해자가 위와 같이 오해하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피해자가 굳이 허위의 내용을 지어내 피고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 혹은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 사항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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