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5.28

민사판례

100년 전통 마을 모임, 법적으로 인정받다!

왕십리 동쪽 끝 마을, 도선동. 이곳 주민들은 100여 년 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산제를 지내왔습니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 산제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의 모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죠. 주민들은 함께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친목을 다졌습니다. 마치 하나의 공동체처럼 말이죠.

그러던 중 주민들은 더욱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1988년, '도선동동민회'라는 공식적인 명칭과 정관을 만들고 대표자도 선출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전통의 마을 모임이 새로운 형태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민회가 뜻밖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마을 공동 재산으로 여겨지던 땅과 건물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었죠.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도선동동민회'는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체일까요? 단순한 친목 모임일까요, 아니면 권리와 의무를 가진 단체일까요?

법원은 도선동동민회를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했습니다. 비법인사단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해 구성된 다수인의 결합체로, 대표자와 운영기관을 갖추고 있지만 법인 설립 등기를 하지 않은 단체를 말합니다. (민법 제31조 참조) 법원은 도선동동민회가 산제치성이라는 공동 목적을 가지고, 대표자와 운영기관(총회, 이사회)을 갖추었기에 비법인사단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도선동동민회가 법적인 단체로서 재산을 소유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마을 공동체의 전통과 주민들의 노력이 법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사건의 배경:

도선동동민회는 마을 공동 재산인 땅과 건물을 '단지동경노회'라는 단체에 명의신탁해 두었는데, 경노회 회원들이 이 재산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매도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동민회는 이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동민회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1991.1.18. 선고 90나31352 판결)을 확정하며 대법원 역시 도선동동민회를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하고, 해당 재산이 동민회의 총유재산임을 확인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8조 참조)

이 판례는 오랜 전통을 가진 마을 공동체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마을 공동체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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