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6.07.26

형사판례

14세 중학생 살인 및 방화 사건, 대법원 파기 환송

14세 중학생이 친구 여동생을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고 증거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건 개요

피고인 A(14세)는 친구 B의 여동생 C(11세)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은 A가 C를 강간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방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는 경찰에서 한 차례 자백했지만, 이후 법정에서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습니다.

원심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A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주요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청색 테이프와 A의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가 동일 제품이라는 감정 결과
  • A의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에 묻어 있던 머리카락이 C의 머리카락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
  • A가 C.D. 반환 시간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범행 시간대에 오락실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인이 없다는 점
  • A가 C의 사망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시점에 친구 B에게 "C가 죽은 것 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한 점
  • B의 진술에 따르면 A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파기 환송했습니다.

  • A의 자백 신빙성 부족: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고, 범행 과정 묘사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음. 또한 강간 후 사정까지 한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자백에는 강간 내용이 없음.
  • 테이프 감정의 한계: 두 테이프가 동일 제품이라는 감정 결과만으로 범행에 사용된 테이프가 A의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음. 절단면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음. 게다가 경찰은 초기에 범행에 사용된 테이프를 피해자 집에서 발견했다는 보고까지 했음.
  • 모발 감정의 한계: 모근이 없어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길이와 폭, 성분만으로 동일인의 모발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움. 특히 모발의 전폭 차이가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남.
  • A의 사과 발언: 화재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A가 C의 사망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미안하다"는 말도 단순한 미안함의 표현일 가능성이 있음.
  • 칼 소지 여부: B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신빙성이 부족함. 칼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A가 범행에 사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음.
  • 기타 의문점: 범행의 잔혹성과 A의 나이, 체구,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움. A의 알리바이에 대한 수사가 미흡했으며, 다른 용의자에 대한 제보가 있었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음.

참조 조문

  •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4조 (현주건조물방화)
  •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
  • 형사소송법 제308조 (증거재판주의)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여 추가 심리를 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증거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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