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1.14

형사판례

CD 보관과 금융실명제 위반, 그리고 업무방해

1993년 금융실명제가 막 시행되었던 시기에 한 단기금융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개합니다. 이 사건은 CD(양도성예금증서)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행위가 금융실명제 위반인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회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단기금융회사의 전무이사였던 피고인은 금융실명제 시행 후 회사의 금융실명제 대책본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가명으로 개설한 어음보관계좌에 보관 중인 CD를 자신의 실명계좌로 옮겨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피고인은 이것이 금융실명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전산 담당 직원에게 해당 CD가 원래부터 실명계좌에 있었던 것처럼 전산 기록을 조작하도록 지시했습니다.

1심과 2심(원심)의 판단:

원심은 CD를 어음보관계좌에 보관하는 행위는 금융거래에 해당하지만, 당시 CD 보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고, 은행의 보호예수와 유사하며, 일부 언론에서도 금융거래가 아니라는 해석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CD 보관은 금융거래에 해당: 단기금융회사의 어음보관계좌는 단순 보관이 아니라 CD 거래를 위한 것이므로 은행의 보호예수와는 다르며, 금융실명제의 목적을 고려할 때 실명확인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 제1조, 제2조, 제3조, 제6조, 제10조, 시행령 제4조 참조)
  • 피고인의 금융실명제 위반 인식 가능성: 단기금융회사 간부인 피고인이 CD 보관이 금융거래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고, 긴급명령 시행 직후 재무부의 세부 기준도 나오기 전에 전산 조작을 한 점, 가명계좌 소유주가 실명확인 및 국세청 통보를 피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성: 금융실명제 위반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회사의 실명전환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원심은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부족했습니다.(형법 제16조, 제314조 참조) 또한 주관적 요건의 증명은 간접증거로도 가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참조)

결론:

이 판례는 CD 보관과 같은 행위가 금융실명제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금융기관 종사자의 주관적 인식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또한 금융실명제 위반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보험료 납부 내역,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받을까?

옛날 금융실명제법(2006년 개정 전)에서는 보험료 납부 내역은 비밀보장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험회사 직원이 고객 동의 없이 타인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아닙니다.

#금융실명제법#보험료 납부내역#비밀보장#2006년 개정 전

민사판례

은행 직원의 사기, 은행은 책임져야 할까?

은행 직원이 고객 돈으로 양도성예금증서를 사주겠다고 하고 돈을 받아 횡령한 사건에서, 은행과 고객 사이에 양도성예금증서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았지만, 은행은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양도성예금증서#사기#횡령#은행

민사판례

내 돈인데 왜 못 찾아?! 차명계좌 예금과 준점유자 변제

금융실명제 이후, 예금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예금통장도 없이 예금을 찾아갔을 때, 은행은 그 사람에게 예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입니다. 단순히 예금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예금을 찾아갈 권리가 없으며, 은행은 실제 예금주를 확인하고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실명제#타인명의예금#인출#은행책임

형사판례

내 컴퓨터에 저장된 회사 자료, 영업비밀일까?

직원이 퇴사하면서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가지고 나갔더라도, 회사가 그 자료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영업비밀#자료유출#비밀관리#상당한 노력

상담사례

CD 담보, 괜찮을까요? 사례로 알아보는 CD 담보의 안전성

양도성예금증서(CD)를 담보로 받을 때는 선의의 취득 여부가 중요하며, CD 자체나 양도인에게 의심스러운 점이 없다면 굳이 추가 확인 없이도 안전하게 담보로 받을 수 있지만, 발행 및 사고 신고 여부 확인은 권장된다.

#CD#담보#선의의 취득#중대한 과실

민사판례

양도성예금증서 담보대출, 알고 보면 안전한가요?

대학교 총장이 학교돈으로 산 CD를 자기 회사에 멋대로 담보로 제공했는데, 금고 측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면 금고의 CD 질권을 인정한다는 판결. 즉, CD를 담보로 받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이 딱히 없었다면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

#CD#질권#선의취득#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