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갚았던 돈, 다시 빌려줄 때 기존 근저당 설정 그대로 쓸 수 있을까?

돈을 빌려주고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채무자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돈을 다 받았는데 근저당 말소를 깜빡 잊고 있다가, 같은 사람에게 다시 돈을 빌려주게 되었다면 어떨까요? 이미 설정된 근저당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무효등기유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무효등기유용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원래는 효력이 없어진 등기(여기서는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다시 살려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돈을 다 갚으면 근저당권의 효력은 사라지지만, 등기는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새롭게 돈을 빌려주면서 말소하지 않고 남아있는 기존 근저당권 등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무효등기유용입니다.

무효등기유용,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가능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돈을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 사이에 기존 등기를 다시 사용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고, 그 합의 이전에 다른 채권자처럼 등기상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가 없다면 무효등기유용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합의'와 '제3자'

  • 합의: 기존 등기를 다시 사용하기로 하는 합의는 명시적으로 할 수도 있고, 묵시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묵시적 합의는 등기가 무효임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마치 유효한 등기처럼 행동하는 경우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오랫동안 방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등기를 유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 제3자: 중요한 것은, 기존 등기를 다시 사용하기로 합의하기 전에 다른 채권자나 임차인처럼 등기부에 권리를 등록한 제3자가 있으면 안 됩니다. 만약 제3자가 있다면, 그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무효등기유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이 있다면, 기존 근저당권을 다시 살려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369조: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변제, 소멸시효완성, 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

  •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실질관계소멸로 무효로 된 등기의 유용은 그 등기를 유용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등기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허용된다.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0055 판결: 무효등기유용에 관한 합의 내지 추인은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그러한 묵시적 합의 내지 추인을 인정하려면 … 그 등기가 무효임을 알면서도 유효함을 전제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거나 용태를 보이는 등 무효등기를 유용할 의사에서 비롯되어 장기간 방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다56242 판결: … 그 저당권이전부기등기 이전에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에 대하여는 위 등기유용의 합의사실을 들어 위 저당권설정등기 및 그 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의 유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4787 판결: … 다만 그 가등기이전부기등기 전에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에 대하여는 위 가등기유용의 합의사실을 들어 그 가등기유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

정리하자면,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합니다. 다만, 관련 법리와 판례가 복잡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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