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11.27

형사판례

경유지에서 환적 위해 마약 내린 것도 '수입'일까?

홍콩에서 히로뽕을 구입해 한국을 경유, 괌으로 밀반입하려던 일당이 김포공항에서 검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괌으로 가는 승객의 검색이 약하다는 점을 이용, 한국을 경유지로 선택했습니다. 홍콩에서 히로뽕을 항공수화물로 부친 후, 김포공항에서 괌행 비행기로 옮겨 싣는 과정에서 적발된 것입니다.

이들이 한국에 히로뽕을 들여온 행위가 과연 '수입'에 해당할까요? 이들이 히로뽕을 국내에 유통시키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순히 제3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잠시 한국 땅을 밟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수입'이란 통관 절차를 거쳐 국내에 반입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들의 행위는 단순 환적을 위한 일시적인 지상 반출이었기에 수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히로뽕을 국내로 들여온 행위 자체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수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도3656 판결).

대법원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40조에서 규정하는 '수입'이란 국외에서 국내로 반입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수입의 목적이나 의도, 통관 절차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내에 반입하는 순간 '수입'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오용·남용으로 인한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려는 법의 목적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1조) 에 따른 판단입니다. 위해 발생 위험은 마약이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 대법원 판례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416 판결 등) 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 사건에서 히로뽕은 괌으로 가기 위한 환적 과정에서 잠시 국내에 반입되었지만, 이 역시 국내 반입 행위에 해당하므로 '수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은 미국 국적이었고, 홍콩에서 히로뽕을 매수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는 외국인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한국 법원에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모공동정범의 경우 공모 장소도 범죄 장소로 본다는 형법 제2조, 제5조에 따라 그 역시 한국 법원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이 한국에서 범행을 공모했기 때문에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는 국내를 단순 경유하는 경우에도 마약 반입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마약류의 국내 반입은 그 어떤 경우에도 엄격히 금지되며, 단순 경유나 환적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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