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이 깨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계약을 깨는 것을 법률 용어로 '해제'라고 하는데요, 해제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입니다. 오늘은 이 둘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관련된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약정해제 vs 법정해제
2. 판결 분석: 금형 제작 계약 분쟁 사례
A 회사는 B와 금형 제작 계약을 맺으면서 "B가 계약을 위반하여 기간 내 제작을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A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B가 납품 기한을 어기자 A는 최고 없이 바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처음에는 A의 계약 해제가 법정해제권 행사 요건(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있는 해제 조항이 단순히 법정해제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약정해제권을 행사하기 위한 특별한 약속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의 중요성(A가 납품받은 금형으로 다른 제품을 만들어 납품해야 하는 상황)과 납기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최고 없이도 해제할 수 있도록 미리 합의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민법 제105조, 제543조, 제544조)
3. 지체상금과 선급금 지급 지체
이 판결에서는 지체상금과 관련된 내용도 다루고 있습니다. 계약에서 납품 지연 시 지체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납품 지연이 수급인(B)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다면 그 기간만큼은 지체상금을 계산할 때 빼줘야 합니다 (민법 제390조, 제398조, 제536조, 제664조).
만약 도급인(A)이 선급금 지급을 약속했는데 이를 어겼고, 그 때문에 납품이 지연되었다면 이는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A의 선급금 지급 지체 기간만큼은 지체상금 계산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4.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
이 판결은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특히 해제 사유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중요합니다.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의 목적, 해제 조항을 넣게 된 경위, 조항의 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로의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계약 위반 시 해제할 수 있다' 와 같은 일반적인 문구보다는 구체적인 해제 사유와 절차를 명시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법률
계약 해제는 계약을 소급적으로 무효화하여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하고 원상회복 의무가 발생하는 반면, 계약 해지는 장래의 효력만 소멸시키고 과거 이행된 부분은 유효하며 원상회복 의무는 없다.
상담사례
계약서에 명시된 약정해제권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계약 위반 시 법정해제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생활법률
매매계약 해제는 법정해제(이행지체, 이행불능 등 법률상 사유)와 약정해제(계약 당시 합의한 사유)로 구분되며, 각각 원상회복 의무,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등의 효과가 발생한다.
민사판례
계약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이 없으면 계약이 해제된다는 조건을 건 경우, 이는 미리 해제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됩니다. 해제권을 행사하려면 기한이 “기간 내”로 정해진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이행제공을 계속해야 하고, “특정 일시”로 정해진 경우에는 그 일시에 이행제공을 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계약서에 해제 조건을 명시하고 그 조건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 반환을 요구한 경우, 이는 단순히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해약금'으로 볼 수 없으며, 특약에 따른 '약정해제'로 보아야 한다. 또한,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계약금은 위약금이 아니며, 계약 해제 전이라도 장래 받을 돈(미래채권)에 대해 압류가 가능하다.
민사판례
계약을 합의로 해제하려면 해제 조건까지 완전히 합의해야 하며, 채무 이행이 불가능하더라도 법원에 이행불능이라고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사실을 판단에 고려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