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내 맘대로 안될 수도 있다?!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 이야기

계약을 맺었다가 마음이 바뀌거나 상대방이 약속을 안 지키면 계약을 깨고 싶은 경우가 있죠? 그런데 계약 해지, 생각처럼 쉽게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된 법원 판결도 살펴보겠습니다.

'갑'과 '을'의 주식 거래 이야기

'갑'이 '을'에게 자신의 주식을 팔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계약서에는 '을'이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별 조항(약정해제권 유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을'이 잔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화가 난 '갑'은 '을'의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법정해제권 행사)했습니다. 이 경우, '갑'의 계약 해지는 정당할까요? '을'에게만 계약 해지 권한을 줬는데 '갑'이 해지할 수 있는 걸까요?

약정해제권 vs. 법정해제권

• 약정해제권: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위 사례에서 '을'에게만 부여된 해지 권리가 바로 약정해제권입니다.
• 법정해제권: 민법에 따라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갑'이 행사한 것이 바로 이 법정해제권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은 계약서에 법정해제권을 포기하거나 배제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없다면, 어느 한쪽에만 약정해제권을 주었더라도 상대방의 법정해제권 행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983. 8. 23. 선고 82다카1366 판결). 즉, 약정해제권이 있다고 해서 법정해제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 사례에서 '을'에게만 약정해제권을 줬다고 해서 '갑'이 '을'의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법정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갑'의 계약 해지는 정당하고,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0. 3. 27. 자 89다카14110 결정 참조).

결론

계약은 당사자 간의 약속이지만, 법적인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함부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계약 해지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약정해제권과 법정해제권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