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입찰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입찰 참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한 조치가 행정처분인지, 아니면 계약에 따른 권리행사인지에 따라 불복하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늘은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무진기연이 과거 펌프 부품 납품 과정에서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했습니다. 무진기연은 이 조치가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한수원은 계약 위반에 따른 권리행사라고 맞섰습니다.
쟁점 1: 입찰참가자격 제한, 행정처분인가 계약상 권리행사인가?
대법원은 공기업이 법령과 계약 모두에 근거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 그 조치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는 '의사표시의 해석'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공기업이 상대방에게 보낸 문서 내용과 조치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통해서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상대방이 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수원이 무진기연에게 보낸 문서에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통지)'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와 계약상 근거 규정을 함께 기재했으며, 행정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무진기연이 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한수원의 조치는 행정처분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참조)
쟁점 2: 제한 처분의 근거 법령은 언제 시행된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가?
대법원은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부정당행위 당시 시행되던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무진기연의 위조 시험성적서 제출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루어졌는데, 당시에는 공공기관운영법(2007. 1. 19. 법률 제8258호로 제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수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누63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474 판결 등 참조)
결론
이 판례는 공기업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행정처분인지 계약상 권리행사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부정당행위 당시 시행되던 법령을 적용해야 함을 명확히 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 공기업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관련 법령과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법적 분쟁 발생 시 적절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일반행정판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계약 상대방에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 행정처분인지, 아니면 계약에 따른 권리행사인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한수원의 조치가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한수원이 공기업으로 지정되기 전에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른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공기업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때, 그 근거가 법률인지 계약인지 불분명한 경우, 제재 대상이 된 업체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부정당업자 제재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부정행위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한 판례.
일반행정판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부정당업자에게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사법상의 통지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반행정판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은 부적법합니다.
일반행정판례
한국토지개발공사가 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반행정판례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건설사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요청한 결정은, 건설사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행정소송(항고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