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9.16

형사판례

공산주의자 발언, 명예훼손일까? 표현의 자유일까?

최근 대법원에서 선거 관련 발언 중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해당 판결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야당 대통령 후보였던 A에 대해 '부림사건 변호인으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며 체제전복을 위한 공산주의 활동을 해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A는 피고인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

대법원은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은 의견 표명에 가깝다는 것이죠. 특히 정치적 이념과 관련된 표현은 그 경계가 모호하고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법원이 섣불리 사실의 적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공적 인물, 특히 대통령 후보와 같은 고위 공직 후보자의 경우에는 정치적 이념이나 행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건전한 공개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판결의 근거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다음과 같은 법리와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형법 제307조).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가치판단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 정치적 이념에 대한 표현: 정치적 이념은 증명이 어렵고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크므로, 사실 적시로 판단하는 데 신중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등).
  •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 공적 인물, 특히 선거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 표현의 자유: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공적 인물에 대한 정치적 이념 관련 발언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다소 과격하거나 부정확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공개 토론과 검증을 통해 걸러져야 할 부분이지 법원이 개입하여 규제할 영역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이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중요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조문 및 판례

  • 형법 제307조
  • 헌법 제21조
  •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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