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사고를 내고 현장을 떠나면 뺑소니(정확한 법률 용어로는 '도주차량')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사고 후 자신도 다쳐서 병원에 가던 중에 집에 가버렸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뺑소니에 해당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무면허에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차량은 논바닥으로 떨어졌고, 동승자는 부상을 입었으며, 논에서 일하던 피해자는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피고인 역시 사고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병원으로 가던 중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나중에 경찰이 찾아왔을 때는 사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쟁점: 뺑소니(도주차량) 여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으므로 뺑소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도주차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도주'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기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하여, 누가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도3315 판결, 2002. 2. 8. 선고 2001도47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현장을 떠날 당시 이미 다른 사람들에 의해 피해자 구호 조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이탈했더라도 '뺑소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피고인 자신도 부상을 입었고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병원으로 가는 도중이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도주'의 의미를 명확히 해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단순히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사실만으로 뺑소니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구호 조치 등을 하기 전에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게 만들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자체는 별도로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교통사고 후 운전자 자신도 부상을 입어 경찰에 의해 병원에 후송되었고, 그 후 병원을 나오면서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뺑소니(도주차량)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사고 직후 다른 사람을 운전자라고 허위 신고했더라도, 구급차가 도착해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경찰 조사에도 응했다면 '뺑소니(도주차량)'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뺑소니(도주차량)'로 처벌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떠나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도주로 간주된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고, 경찰에 신고한 후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면, 비록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더라도 '뺑소니'(정확히는 '도주차량')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더라도,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하여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뺑소니(정확히는 '도주차량')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피해자를 구급차에 태워 병원까지 후송하고, 피해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면, 비록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뺑소니(도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