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3.11.28

형사판례

국가정보원 직원의 비밀누설,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 직원은 업무 특성상 많은 비밀을 접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직무상 알게 된 모든 정보를 누설하는 것이 다 처벌받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어떤 정보가 '비밀'로 보호받고, 누설 시 처벌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 광주지부장이었던 피고인이 내부 감찰조사 진행 상황(감찰조사 개시 시점, 감찰 대상자의 소속 및 인적 사항)을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것이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당시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이 정치권에서 큰 이슈였고, 국민적 관심도 컸습니다. 원심은 이를 국가정보원 직원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단순히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비밀 누설로 인해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아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1도134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이미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상태였고, 감찰 진행 사실 역시 언론에 보도되는 등 비밀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누설된 정보로 인해 국가정보원의 기능이나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누설된 정보는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포인트

  • 국가정보원 직원의 비밀누설죄는 단순히 '비밀'을 누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 누설된 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고, 그 누설로 인해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아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여 '비밀'의 범위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 있어서도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 국가정보원직원법 제32조: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780 판결
  •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1도1343 판결

이번 판결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비밀엄수의무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의 균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누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의 가치와 누설로 인한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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