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부독재 시절, 국가의 불법적인 행위로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이러한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과실상계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과실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면 그만큼 배상액을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에서 피해자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 가해자의 배상 책임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데 국가의 불법행위로 땅을 빼앗긴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번 판례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군부계엄 하에서 국가가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질러 땅을 빼앗은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줄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민법 제393조, 제396조에 따라 과실상계는 채권자(피해자)에게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들이 곧바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이를 피해자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 국가권력에 저항하기 어려웠던 점, 등기부취득시효 완성 후 준재심청구까지 걸린 시간이 길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0163 판결,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국가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땅을 빼앗긴 경우, 피해자가 제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하여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면 국가는 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판례는 국가 불법행위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농지개혁법에 따라 국가가 매입 후 반환해야 할 땅을 공무원의 과실로 제3자에게 매각한 경우, 국가는 원소유주에게 배상책임을 진다.
민사판례
방산업체가 군의 착오를 이용하여 연구개발비를 부당하게 받아간 경우, 설사 군 측에 과실이 있더라도 업체는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며,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
상담사례
공무원이 경과실로 배상금을 선지급한 경우, 국가에 구상권을 행사하여 배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상담사례
과실상계로 손해배상액이 줄어든 경우에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추가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사판례
국가 땅을 허락 없이 사용한 사람에게 국가가 돈을 요구할 때, 행정적인 벌금(변상금)과 민사상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은 별개이며, 소송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봐야 한다.
민사판례
법에 공무원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하지 않아서 생긴 손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위험한 상황이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법에 나온 대로만 일을 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