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샀는데 하자가 있어서 계약을 해제했는데, 대금으로 지불한 어음 때문에 돈을 내야 한다니… 황당하시죠?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제 이야기를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얼마 전 갑씨에게서 기계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대금은 3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해서 지급했죠. 그런데 기계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갑씨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했습니다. 당연히 어음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은행에 어음 지급정지를 신청했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갑씨가 제 어음을 을씨에게 넘겼는데, 을씨는 어음 만기일에 은행에 어음을 제시했고, 지급정지 때문에 어음이 부도 처리된 겁니다. 결국 을씨는 저에게 어음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저는 꼼짝없이 300만원을 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억울하지만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바로 '어음'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어음은 배서, 즉 어음 뒷면에 이름과 서명을 적어 양도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권리가 이전됩니다. 어음을 받은 사람은 어음상의 모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죠. (어음법 제14조, 제77조 제1항 제1호)
제 경우에는 을씨가 어음의 최종 소지인이기 때문에 저에게 어음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제가 갑씨와 매매계약을 해제했다는 사실은 을씨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이죠. (어음법 제17조)
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어음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채무자는 소지인에게 원래 채권자와의 분쟁을 이유로 어음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56033 판결, 1997. 5. 16. 선고 96다49513 판결, 1998. 2. 13. 선고 97다48319 판결)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을씨가 제가 갑씨와 매매계약을 해제한 사실을 알고도 어음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저는 어음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어음 거래, 주의 또 주의!
이처럼 어음 거래는 편리하지만 위험도 큽니다. 어음을 발행하거나 배서양도할 때는 거래 상대방의 신용 상태와 거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저처럼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례
물건 하자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어음보증인에게 어음금 청구는 불가능하다. 원인계약 해제 시 보증인에게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상담사례
TV 판매 후 어음을 받았는데, 구매자의 계약 해제로 어음을 양도받은 제3자에게 원래 판매대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민사판례
어음을 받은 사람이 단순히 부주의해서 어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어음에 적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물건을 사고 대금 대신 약속어음을 발행했는데, 물건에 하자가 있어 반품했더라도, 약속어음을 산 사람이 하자 사실을 몰랐다면 어음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상담사례
타인에게 발행한 어음의 만기일이 조작되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 제3자가 선의이며 과실이 없다면 어음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제3자에게 악의 또는 과실이 있다면 지급할 필요가 없고 어음을 조작한 원래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상담사례
빈 어음을 분실하면 유가증권의 특성상 어음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빈 어음 발행을 피하고 어음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분실 시 즉시 경찰과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