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어음 분실했는데, 돈 물어줘야 하나요? 어음 분실과 발행인 책임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 이런 일이! 물건값 받으려고 미리 어음에 이름만 써두고 금액, 받는 사람, 발행 장소, 지급 장소는 비워둔 채 보관했는데, 그만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빈 어음을 주워서 내용을 채워 넣고 돈을 달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제가 돈을 물어줘야 할까요? 교부도 안 했는데 말이죠! 너무 억울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안타깝지만 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어음은 현금처럼 유통될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문서입니다. 그래서 어음을 잃어버렸을 때는 일반적인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와는 다른 법칙이 적용됩니다. 관련 법률과 판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법률: 어음법 제16조 (소지인의 권리)

어음법 제16조는 어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소지인)이 정당하게 어음을 받았다고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어음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일단 인정해준다는 뜻입니다. 백지어음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어음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어음을 현재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쁜 마음(악의)이나 큰 부주의(중대한 과실)로 어음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잃어버린 사람은 어음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이 규정은 약속어음에도 적용됩니다 (어음법 제77조 제1항 제1호).

관련 판례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어음 발행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 어음 발행 후 도난/분실 시 발행인의 책임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307 판결): 어음에 발행인으로 서명하고 날인해서 어음의 형태를 갖춘 후, 도난이나 분실 등으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유통되었다 하더라도, 어음을 믿고 받은 사람(선의의 소지인)에게는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어음을 받은 사람이 악의적이거나 매우 부주의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 배서가 위조된 경우에도 소지인을 보호 (대법원 1973. 6. 22. 선고 72다2026 판결, 1995. 6. 9. 선고 94다33156 판결, 1974. 9. 24. 선고 74다902 판결, 1987. 7. 7. 선고 86다카2154 판결): 어음의 배서(양도)가 위조되었더라도, 어음을 받은 사람이 배서가 위조된 것을 몰랐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어음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인정됩니다. 발행인은 어음을 받은 사람이 악의적이거나 매우 부주의했음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록 빈 어음을 잃어버린 상황이 억울하더라도, 어음을 주운 사람이 악의적이거나 심각하게 부주의해서 어음을 취득한 게 아니라면, 어음에 적힌 금액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음은 현금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어음을 발행하고 보관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백지어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