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9.02.05

민사판례

기부채납, 계약서 없어도 유효할까?

서울시와 대한주택공사 사이에 벌어진 기부채납 분쟁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이 사건은 기부채납의 법적 성격과 성립 요건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남겼습니다.

사건의 개요

대한주택공사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중랑하수처리장을 증설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주택공사는 증설 비용을 부담하고 하수처리장 부지(건설예정지)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설예정지 중 일부(미취득토지)는 주택공사가 아직 매입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주택공사는 서울시가 직접 미취득토지를 매입하면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고, 서울시는 이를 수락했습니다. 서울시는 미취득토지를 매입했지만, 주택공사는 비용 지급을 거부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쟁점

  1. 서울시와 주택공사 사이에 미취득토지 매입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가 성립했는가?
  2. 기부채납 합의에 계약서가 없어도 유효한가?

하급심 판결

하급심은 서울시와 주택공사 사이에 미취득토지 매입 비용 부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었고, 설령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계약 체결 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법 규정(구 예산회계법 제78조)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첫째, 대법원은 양측의 공문 내용과 협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미취득토지 매입 비용을 주택공사가 부담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성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기부채납은 증여계약과 같은 성질을 가지므로,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2조에서 정한 기부서와 권리확보서류는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일 뿐, 계약 성립의 필수 요건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가 없더라도 기부채납 합의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031 판결 참조)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기부채납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하고, 형식적인 요건보다 실질적인 합의 내용을 중시하여 기부채납의 성립 요건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참조조문

  • 구 지방재정법(1995. 1. 5. 법률 제48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
  • 지방재정법 제75조
  • 지방재정법시행령 제82조
  • 구 예산회계법(1991. 11. 30. 법률 제44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참조판례

  •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031 판결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20581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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