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3.15

민사판례

나라에서 땅 팔기로 해놓고 나중에 돈 달라고 한다면? - 신의성실의 원칙 이야기

국가기관이랑 계약할 때도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약속을 어기고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건데요, 오늘은 국가가 땅을 팔기로 약속해 놓고 나중에 딴소리(?)를 한 사례를 통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버스터미널 회사(피고)가 터미널 확장을 위해 국가(원고) 소유의 땅이 필요했습니다. 국가는 "땅 위에 있는 창고를 먼저 사서 철거하면 땅을 팔겠다"라고 제안했고, 회사는 창고를 샀습니다. 그런데 국가 내부 사정으로 땅 매매가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한참 뒤에야 땅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땅을 판 후에 회사에게 "창고를 가지고 있던 동안 우리 땅을 무단으로 사용했으니, 그동안의 사용료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죠.

  •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민법 제2조) 법률관계에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가의 행동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1. 국가의 책임: 땅 매매 지연의 주된 원인은 국가 내부 사정과 국가와 관련된 노조의 철거 방해였습니다.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회사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 국가의 행동의 부당성: 국가는 창고 매매 후 바로 땅을 팔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사정을 이유로 매각을 미뤘습니다. 이로 인해 분쟁이 발생한 것입니다.
  3. 회사의 실질적 이득 없음: 회사는 창고를 사용할 목적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철거를 위해 형식적으로 소유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국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국가기관이라도 함부로 약속을 어기거나 자기에게만 유리한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계약 당사자 간의 신뢰와 정의로운 거래 질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
  • 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30314 판결
  • 대법원 2001. 3. 13. 선고 2000다48517, 48524, 48531 판결
  • 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53490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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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면제#신의성실#구청#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