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고팔 때 계약서에 적힌 대로만 하면 될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칼같이 적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 신의성실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한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선샤인관광(주)는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땅을 매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꽤 큰 규모의 땅이었고, 청소년 수련원을 짓기 위한 목적이었죠. 계약금도 지불하고, 중도금과 잔금 지급일도 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샤인관광(주)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받았던 추천이 철회된 것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문제 삼아 "허위진술 등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매입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게다가 선샤인관광(주)가 중도금과 잔금 지급 기한을 어기자 이를 또 다른 해제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선샤인관광(주)가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추천 철회는 선샤인관광(주)의 잘못이 아니었고, 청소년수련원 건설이 계약의 필수 조건이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둘째, 중도금과 잔금 지급 지연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도 부당하다는 점입니다. 수자원공사는 계약 후 3년 가까이 중도금과 잔금 지연을 문제 삼지 않다가 갑자기 소송 중에 이를 해제 사유로 내세웠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샤인관광(주) 입장에서는 “돈을 내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겠죠. 법원은 수자원공사가 상대방의 이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갑자기 계약을 해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정리
결론
계약은 단순히 서류상의 약속이 아니라,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뛰어넘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특히 부동산처럼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이 사건에서 언급된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민법 조항은 제544조입니다.
민사판례
국가가 도시계획사업을 위해 사업자에게 토지를 팔기로 약속하고 그 지상 건물을 먼저 팔았습니다. 그런데 내부 사정으로 토지 매각이 늦어졌고, 나중에 토지를 판 후 사업자에게 건물 소유 기간 동안 토지 사용료를 달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국가의 이러한 행동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회사가 농지를 불법적으로 매입하고 가등기까지 했더라도, 법 위반을 알고서 거래한 회사의 잘못이 크므로, 신의성실 원칙을 적용하여 가등기를 유지하게 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땅 매수자가 땅값을 제때 내지 않아서 땅 주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 철거를 요구한 경우, 매수자가 계약 조건을 어기고 땅 주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면 땅 주인의 요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
민사판례
조합장이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토지를 매도한 행위는 무효이며, 사후 총회 추인도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판결입니다. 단순히 조합 내부에서 매매대금을 나눠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조합의 소유권 반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민사판례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장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행동하여 상대방이 해제권이 더 이상 행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나중에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사판례
땅을 불하받기 위한 목적으로 건물을 팔았다면, 나중에 그 건물을 산 사람에게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