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5.26

민사판례

땅 샀는데 갑자기 계약 해지라니? 이럴 땐 신의성실 원칙!

땅을 사고팔 때 계약서에 적힌 대로만 하면 될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칼같이 적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 신의성실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한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선샤인관광(주)는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땅을 매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꽤 큰 규모의 땅이었고, 청소년 수련원을 짓기 위한 목적이었죠. 계약금도 지불하고, 중도금과 잔금 지급일도 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샤인관광(주)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받았던 추천이 철회된 것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문제 삼아 "허위진술 등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매입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게다가 선샤인관광(주)가 중도금과 잔금 지급 기한을 어기자 이를 또 다른 해제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선샤인관광(주)가 부정한 방법으로 땅을 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추천 철회는 선샤인관광(주)의 잘못이 아니었고, 청소년수련원 건설이 계약의 필수 조건이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둘째, 중도금과 잔금 지급 지연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도 부당하다는 점입니다. 수자원공사는 계약 후 3년 가까이 중도금과 잔금 지연을 문제 삼지 않다가 갑자기 소송 중에 이를 해제 사유로 내세웠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샤인관광(주) 입장에서는 “돈을 내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겠죠. 법원은 수자원공사가 상대방의 이러한 신뢰를 저버리고 갑자기 계약을 해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정리

  • 계약 당사자는 계약 내용대로만 행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민법 제2조)
  • 계약 해지 사유가 있더라도, 상대방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은 매매계약 해제권 행사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1993.6.11. 선고 92다42330 판결,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참조)

결론

계약은 단순히 서류상의 약속이 아니라,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뛰어넘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특히 부동산처럼 큰 금액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 이 사건에서 언급된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민법 조항은 제544조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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