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사용하다가 잃어버리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서, 권리가 없는 사람이 타인의 물건을 점유할 때 어떤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거푸집(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틀)의 실제 소유자였습니다. 피고 3은 원고의 거푸집을 자신의 것처럼 속여 피고 1 회사(피고 2는 이 회사의 상무이사)와 공사 계약을 맺고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 후 피고 3이 공사를 중단하고 떠나버리자, 피고 2는 거푸집이 피고 3의 소유라고 생각하여 회사의 다른 공사 현장으로 옮겨 사용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거푸집이 없어진 것을 알고 피고 2를 절도죄로 고소했지만, 피고 2는 거푸집이 피고 3 소유라고 주장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결국 원고는 거푸집을 돌려받지 못했고, 심지어 피고 1 회사의 다른 공사 현장에서 도난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 3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들이 처음에는 원고에게 거푸집 인도를 거부했지만, 소유권을 침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피고 2가 늦어도 절도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에는 거푸집이 원고 소유임을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 이후에는 권리 없이 거푸집을 점유한 것이 되고, 점유자로서 거푸집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19843 판결 참조)
피고 2는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거푸집을 야외에 방치했고 결국 도난당하게 만들었으므로,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피고 1 회사는 피고 2의 사용자로서 피고 2가 업무 중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피고 3은 이 사건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워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타인의 물건을 정당한 권원 없이 점유하는 사람에게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예상치 못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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