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샀는데, 그 위에 웬 미완성 건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겠죠. 그런데 그 건물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철거는 누구에게 요구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적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원고(토지 소유자)는 경매를 통해 땅을 낙찰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땅 위에는 이전 땅 주인(청수개발)이 짓다 만 건물이 있었습니다. 청수개발은 건물을 짓다가 부도가 나서 공사를 중단했고, 건물은 미완성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청수개발은 공사자금을 대출받으면서 은행(한국산업은행)에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과 건물에 대한 지상권, 그리고 양도담보 계약을 설정했습니다. 이후 은행은 피고(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청수개발에 대한 채권과 담보권 등 모든 권리를 넘겼습니다. 즉, 피고는 청수개발에 대한 채권자의 지위를 이어받아 건물을 관리하게 된 것입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건물 철거를 요구했지만, 피고는 자신은 철거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과연 피고는 건물 철거 의무가 있을까요? 즉, 건물 철거를 요구할 수 있는 상대방은 누구일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에게 건물 철거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68376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물 철거는 소유권에 대한 종국적인 처분 행위입니다. (민법 제211조 소유물의 처분권) 따라서 원칙적으로 건물 소유자만이 철거할 권리가 있습니다. 등기된 건물이라면 등기부상 소유자가 철거 권한을 갖습니다.
예외적으로 건물을 전 소유자로부터 매수하여 점유하고 있는 자처럼, 법률상 또는 사실상 처분권을 가진 자도 철거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등기는 안 했지만 실질적으로 건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도 철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고는 단순히 양도담보 계약상의 채권자 지위를 승계받아 건물을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민법 제372조 양도담보의 목적물에 대한 처분) 피고는 건물의 소유자가 아니며, 법률상 또는 사실상 처분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양도담보는 돈을 빌려주고 돈 대신 물건을 담보로 받는 것을 말합니다.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물을 처분해서 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권자가 바로 소유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는 아직 담보권을 행사하여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건물 철거 의무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건물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철거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내 땅 위에 남의 건물이 있다면, 그 건물의 진짜 주인 또는 법률상, 사실상 처분 권한을 가진 자를 찾아서 철거를 요구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다른 사람 땅에 허가 없이 지은 건물(미등기 건물)은 그 건물을 실제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이 철거해야 한다.
상담사례
내 땅에 허락 없이 지어진 건물은 건축자가 아닌 현재 점유하고 처분 권한을 가진 자에게 철거를 요구해야 한다.
상담사례
내 땅에 무단 건축물을 지은 사람이 건물을 매도한 경우, 현재 건물 소유주에게 철거를 요구해야 한다.
상담사례
양도담보 채권자는 미등기 건물의 소유권이나 처분 권한이 없으므로 철거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
민사판례
경매로 토지를 낙찰받은 사람이 그 땅 위에 있는 건물의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건물 주인에게 큰 손해를 끼치더라도, 토지 소유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므로 권리남용이 아니라는 판결.
상담사례
건물 매수 후 토지 소유자가 철거를 요구해도 법정지상권 승계로 건물 소유권을 보호받을 수 있지만, 토지 사용 이득은 토지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