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가 다가오면 금리가 더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상황에 따라 기존 대출을 연장하기도 합니다. 이때 단순히 연장하는 것과 새롭게 대출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경개'와 '준소비대차'의 개념 때문인데요, 오늘은 대출 갈아타기가 단순 연장인지, 아니면 새 계약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경개와 준소비대차란 무엇일까요?
경개 (민법 제500조): 기존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바꾸는 새로운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갚아야 할 금액, 이자율, 갚는 방식 등을 변경하는 경우입니다. 경개가 성립되면 기존 채무는 사라지고 새로운 채무가 생깁니다. 마치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준소비대차 (민법 제605조): 빌린 돈을 갚아야 할 때, 돈 대신 다른 방법으로 갚기로 합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만기가 된 대출금을 갚는 대신 새로운 대출을 받아서 기존 대출을 갚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기존 채무는 유지되면서 형태만 바뀐 것으로 봅니다. 마치 헌 옷을 수선해서 입는 것과 같습니다.
2. 대출 갈아타기, 어떤 경우에 경개이고 어떤 경우에 준소비대차일까요?
대출 갈아타기는 상황에 따라 경개가 될 수도 있고, 준소비대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기존 대출과 새 대출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느냐입니다.
준소비대차로 보는 경우: 단순히 대출 기한을 연장하거나, 이자율만 조금 변경하는 등 기존 대출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새 대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대출을 이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준소비대차로 봅니다.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6077 판결, 2002. 6. 14. 선고 2002다1543 판결 등)
경개로 보는 경우: 대출의 목적, 금액, 이자율, 상환 방식 등 중요한 부분이 변경된 경우입니다. 기존 대출과 새 대출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계약, 즉 경개로 봅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신용대출로 바꾸거나, 대출금액을 크게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
3. 실제 판례를 살펴볼까요?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7445 판결에서,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의 대출 목적, 금액, 이자율 등이 다르고, 기존 대출의 이자 일부가 새 대출의 원금에 포함되었으며, 대출 기한 연장을 위해 어음거래약정을 변경해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이 경우 법원은 이를 경개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기한 연장을 위한 대출이었더라도, 대출 조건의 변화가 크다면 경개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결론
대출 갈아타기는 단순히 금리나 기간만 바꾸는 경우라면 준소비대차, 대출의 조건이 실질적으로 달라지면 경개로 볼 수 있습니다. 대출 갈아타기 전,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의 조건을 꼼꼼히 비교하고,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례
동업 정산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처리할 경우, 기존 채무와 완전히 별개의 새 계약('경개')이 아닌 이상, 기존 채무와 연결된 '준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받는 관계에서 새로운 약정(경개)으로 기존 빚 관계를 바꿨더라도, 서로 합의하면 새로운 약정을 없애고 원래 빚 관계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새로운 약정 자체를 해제할 수는 없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이자 대신 사업 이익을 배당받기로 한 계약(대여 + 이익배당) 후에, 해당 사업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변경했을 때, 이 변경된 계약이 단순히 돈 받는 시기와 방법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계약인지(경개)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계약 변경의 목적, 당사자의 의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 변경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기존 대출금 채권자가 채무자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채무자가 그 인수대금으로 기존 대출금을 변제했을 때, 전환사채 인수가 기존 채권과 동일한 채권으로 볼 수 있는 '준소비대차'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는 준소비대차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
민사판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돈을 빌리는 경우, 기존 대출은 유지되고 담보도 효력을 잃지 않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며 차용증을 쓰는 '준소비대차'는 실제로 빌려준 돈(기존 채무)이 있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만약 빌려준 돈이 없었다면, 차용증이 있어도 돈을 갚을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