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종종 빚의 내용을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빌린 돈을 갚는 대신 다른 물건을 제공하기로 하거나, 갚는 날짜를 미루는 것처럼요. 법률 용어로는 이를 **경개(更改)**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빚을 바꾼 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원래 빚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경개란 무엇일까요?
경개란 기존의 채무(구채무) 대신 새로운 채무(신채무)를 발생시켜 기존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A에게 100만원 갚기"라는 빚 대신 "A에게 자동차 주기"라는 새로운 빚으로 바꾸는 것이죠. (민법 제500조) 이렇게 경개가 이루어지면 원래 100만원 빚은 사라지고, 자동차를 주는 빚만 남게 됩니다.
새로운 빚을 못 갚으면 경개를 취소할 수 있을까?
만약 자동차를 주기로 했는데 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자동차를 못 주니 경개를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의 100만원 빚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법원은 그럴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개는 새로운 빚이 생기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고 원래 빚은 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빚을 이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개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다2050 판결)
경개를 합의로 없던 일로 할 수는 있을까?
그렇다면 경개 후에 당사자끼리 합의해서 경개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있을까요? 즉, 자동차를 주는 대신 다시 원래의 100만원 빚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법원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은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립하고 소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동의한다면 경개도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 빚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543조)
정리하자면,
이처럼 경개는 복잡한 법적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빚을 바꾸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이자 대신 사업 이익을 배당받기로 한 계약(대여 + 이익배당) 후에, 해당 사업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계약을 변경했을 때, 이 변경된 계약이 단순히 돈 받는 시기와 방법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계약인지(경개)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계약 변경의 목적, 당사자의 의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 변경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새로운 계약(경개)을 통해 기존 계약을 대체하려 했지만, 새로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특정 조건이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면 기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사판례
기존 물품대금 채무를 정산하면서 금액을 줄여주고 분할 납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이것이 기존 채무를 완전히 새로운 채무로 바꾸는 '경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멸시효도 원래 채무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상담사례
대출 갈아타기(대환)는 기존 대출을 완전히 새 계약으로 바꾸는 경개와 일부 조건만 변경하는 준소비대차로 나뉘며, 보증인 책임 등 법적 효력이 달라지므로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상담사례
빚을 새 빚으로 갈아타면(경개), 새 빚을 안 갚아도 원래 빚은 소멸되어 되살릴 수 없고, 새 빚 불이행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상담사례
동업 정산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처리할 경우, 기존 채무와 완전히 별개의 새 계약('경개')이 아닌 이상, 기존 채무와 연결된 '준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