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줬는데, 나중에 투자로 바꾸기로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돈 받는 방법을 바꾼 것일까요, 아니면 아예 새로운 계약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서 '경개'라는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는 B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B회사가 사업에서 이익을 내면 빌려준 돈의 두 배를 돌려받기로 약속했습니다(제1약정). 그런데 B회사의 실제 사장 C로부터 약속어음을 받고 담보로 잡았던 근저당권을 해지해 주었습니다. 이후 A는 B회사와 다시 약정을 맺어 빌려준 돈을 사업 운영비로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B회사가 사업 승인을 받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투자원금을 우선 돌려받고, 사업이 끝나면 수익의 일부도 받기로 했습니다. 또한, 공사가 끝날 때까지 B회사의 이사로 일하기로 했습니다(제2약정). 그리고 C에게 받았던 약속어음을 돌려주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제2약정이 제1약정의 변제기나 변제방법만 바꾼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계약(경개)인지 여부입니다. 만약 경개라면 제1약정은 소멸하고, A는 B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아니라 투자자가 됩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제2약정이 제1약정의 변제기와 변제방법만 바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500조에서 정한 '경개'는 기존 채무의 중요한 부분을 바꿔 기존 채무를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채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참조). 그리고 제1약정은 단순한 대여가 아니라 소비대차와 사업이익 분배가 혼합된 계약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2약정은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방법만 바꾼 것이 아니라, 투자원금 보장, 수익 배분, 이사 재직 등 중요한 내용이 추가되었으므로 경개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제1약정의 성격, 약속어음 반환 경위, 1억 원 변제 이유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경개 여부를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이처럼 계약 관계에서 중요한 변경이 생겼을 때, 그것이 단순한 변경인지 경개인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경의 내용, 당사자의 의도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받는 관계에서 새로운 약정(경개)으로 기존 빚 관계를 바꿨더라도, 서로 합의하면 새로운 약정을 없애고 원래 빚 관계로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새로운 약정 자체를 해제할 수는 없다.
민사판례
돈을 받을 권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때, 단순히 권리만 넘어간 '채권양도'인지, 아니면 기존 채권을 없애고 새로운 채권으로 바뀐 '경개'인지는 당사자의 의도가 중요하고, 의도가 불분명하면 채권양도로 본다는 판례입니다.
상담사례
동업 정산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처리할 경우, 기존 채무와 완전히 별개의 새 계약('경개')이 아닌 이상, 기존 채무와 연결된 '준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사판례
새로운 계약(경개)을 통해 기존 계약을 대체하려 했지만, 새로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특정 조건이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면 기존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담사례
대출 갈아타기(대환)는 기존 대출을 완전히 새 계약으로 바꾸는 경개와 일부 조건만 변경하는 준소비대차로 나뉘며, 보증인 책임 등 법적 효력이 달라지므로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민사판례
셋 이상이 맺은 새로운 계약(경개)을 일부 당사자만 합의해서 해지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 당사자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해지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