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02.06

형사판례

대통령의 기업 인사 개입, 강요죄일까? 직권남용일까?

오늘 살펴볼 판례는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이 기업에 특정 인물의 채용과 보직 변경,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기업 인사 개입, 과연 죄가 될까요?

사건의 개요

피고인 1(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기업들에게 특정 인물의 채용, 보직 변경,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 1을 강요죄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이를 강요죄로 인정하여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쟁점은 대통령 등의 요구가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강요죄의 협박이란?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거부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위협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이라는 지위에서 기업에 이익을 요구했다고 해서 무조건 협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요구 당시의 상황, 관련자들의 관계, 기업이 실제로 불이익을 예상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통령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이 어떤 구체적인 해악을 입을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으로는 강요죄의 협박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검찰은 피고인 1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했지만, 원심과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인사 청탁 등의 요구는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24조(강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123조(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기업 인사 개입은 비록 부적절한 행위일지라도, 강요죄의 협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이 판례의 핵심입니다. 이 사건은 권력과 범죄의 경계, 그리고 강요죄의 해석에 대한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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