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07.25

민사판례

돈 내야 할 때, 상대방이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면?

부동산 매매처럼 서로 주고받는 계약에서, 내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서,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계약 이행이 불확실할 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는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중고차 매매시장 용지로 지정된 땅을 분양받았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A가 먼저 땅값을 지불하고, 대한주택공사는 돈을 다 받은 후 소유권 이전과 토지 인도를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A는 땅값을 여러 번 나눠서 내는 동안, 그 땅에는 중고차 매매시장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도시계획상 해당 용도의 시설 설치가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A는 도시계획이 변경되어 중고차 매매시장을 설치할 수 있게 된 후에야 남은 땅값과 연체료를 모두 지불했습니다. A는 대한주택공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임을 알면서도 땅값을 지불한 것이므로, 부당하게 지급한 연체료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선이행 의무와 이행 거절권: 먼저 돈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돈을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 신의칙). A의 경우, 땅에 중고차 매매시장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도시계획이 변경될 때까지 땅값 지급을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3다60632, 60649 판결 등)

  2. 이행 거절과 이행 지체 책임: 돈을 내지 않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실제로 돈을 내지 않으면, 돈을 늦게 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A는 땅값 지급을 거절할 권리가 있었으므로, 연체료를 낼 의무도 없었습니다. (대법원 1989. 10. 27. 선고 88다카33442 판결 등)

  3. 이행 거절과 선납: 돈을 내지 않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 돈을 냈다고 해서, 약속한 날짜보다 먼저 낸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A가 땅값을 지불했더라도, 이를 선납으로 볼 수 없으므로 선납에 따른 할인 혜택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민법 제105조, 제387조, 제536조)

  4. 연체료 약정의 성질: 연체료는 돈을 늦게 냈을 때 내야 하는 돈입니다. A는 돈을 늦게 냈더라도 연체에 대한 책임이 없으므로, 연체료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536조, 제568조, 대법원 1988. 4. 12. 선고 86다카2476 판결 등)

  5. 비채변제와 부당이득 반환: A는 낼 필요가 없는 연체료를 냈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낸 것이므로,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742조,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432 판결 등)

결론

서로 주고받는 계약에서,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 먼저 돈을 내야 하는 사람은 돈을 내지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면, 돈을 늦게 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거나 연체료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면,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 관계에서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관련 법률과 판례를 참고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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