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다 보면 계약대로 먼저 일을 하고 나중에 돈을 받기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돈을 줘야 할 상대방이 약속된 날에 돈을 못 줄 것 같으면 먼저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법은 먼저 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할까요?
오늘은 먼저 일을 해야 하는 의무, 즉 "선이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대가 지급이 어려워 보일 때 먼저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민법 제536조 제2항, 신의칙 관련)
사건의 개요:
동주공영이라는 회사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오피스텔을 짓기로 했습니다. 동주공영은 시공사인 삼호, 그리고 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죠. 삼호는 동주공영에게 토지대금을 빌려주고, 지급도 보증해주는 대신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즉, 삼호는 먼저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는 선이행의무를 부담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한국토지신탁은 자자금 확보가 어려워져 삼호에게 줄 공사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에 삼호는 "돈을 줄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내가 먼저 돈을 빌려주고 보증을 서야 하냐?"며 토지대금 대여 및 지급보증 의무 이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삼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쌍방이 서로 주고받기로 약속한 계약, 즉 "쌍무계약"에서는 한쪽이 먼저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더라도, 상대방이 돈을 지급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면 먼저 이행할 의무가 있는 쪽은 상대방이 돈을 줄 확실한 보장을 해줄 때까지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국토지신탁이 IMF 사태로 인해 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진 것이 명백했고, 삼호에게 지급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확실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삼호는 한국토지신탁이 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핵심 정리:
이 판례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먼저 이행해야 하는 계약에서 상대방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 법적으로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상대방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판례
중고차 매매시장 용지로 토지를 분양받았으나 관련 법규상 해당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던 매수인이, 도시계획 변경 전까지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이미 납부한 연체료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결.
민사판례
계약에서 돈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쪽(선이행의무자)이라도, 상대방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명백한 근거가 있다면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
민사판례
쌍방향 계약(예: 매매)에서 내가 해야 할 일(대금 지급 등)을 다 안 했으면서 상대방에게 해야 할 일(물건 인도 등)만 요구하는 소송을 걸면, 마치 "나 돈 안 낼 거야!"라고 선언한 것처럼 간주되어 계약이 파기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계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상대방이 이전 거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앞으로도 제때 지급할지 불안한 경우, 납품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이를 '불안의 항변권'이라고 합니다.
민사판례
A건설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B회사가 사업 진행이 불안정해지자 투자 약속(신용공여)을 철회했는데, 이것이 정당한 행동인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B회사의 철회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상대방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면 자신의 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불안의 항변권"을 인정한 것입니다.
민사판례
쌍방향 계약(예: 매매)에서 한쪽이 자기 돈을 다 내지 않았으면서 상대방에게 의무 이행(예: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면, 돈을 낼 의사가 없다고 간주되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