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7.07.11

민사판례

돈 못 받을까 봐 남의 일에 나서는 것도 정당한 이유가 될까? 채권자대위권 이야기

돈을 빌려줬는데 빌려간 사람이 돈을 안 갚는다면? 빌려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행사하지 않아 내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진다면? 답답한 상황이죠.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채권자대위권입니다. 내 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데요, 오늘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채권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채권자대위권은 "내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 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받지 않아서 내가 돈을 못 받게 생겼으니, 내가 대신 그 돈을 받겠다!" 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이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겠죠? 내 돈을 돌려받는 것과 채무자의 권리 행사 사이에 꼭 필요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연결고리가 **'채권보전의 필요성'**입니다.

대법원은 채권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등).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보전하려는 채권(빌려준 돈)과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권리(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빌려준 돈과 채무자가 받을 돈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지 않으면 내가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야 한다. 즉, 채무자의 권리 행사가 내 채권 회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판례(2013다71784)에서는 원고가 소외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소외인은 그 돈으로 피고에게 토지를 샀지만 약속된 인허가를 받지 못해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원고는 소외인에게 돈을 돌려받기 위해 소외인을 대신하여 피고에게 계약 해제 및 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소외인이 무자력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빌려준 돈과 소외인이 피고에게 받을 돈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소외인을 대신하여 피고에게 돈을 돌려받는 것이 원고의 채권 회수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례를 통해, 채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행사하지 않아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처했을 때, 채무자의 재산 상태(무자력 여부)를 꼭 증명해야만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채무자의 재산 상태가 채권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관련 법조항: 민법 제404조 (채권자대위권)

참고 판례: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6다82700, 82717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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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대위소송#전부명령#추심권능#압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