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관계였던 동거인이 사망한 후, 그 집에 있던 유품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될까요? 얼핏 생각하면 당연히 절도죄 같지만, 법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사망한 동거인과 내연관계였습니다. 동거인이 갑자기 사망하자, 피고인은 그들이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동거인 소유의 부동산 등기권리증, 분양계약서, 임대차계약서 등 중요한 서류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후 동거인의 자녀들이 피고인을 절도죄로 고소했습니다.
쟁점: 절도죄의 성립 여부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죄'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의 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렇다면 '점유'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소유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실적으로 재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어야 합니다. 소유자라 하더라도 현실적인 지배를 하지 못하는 경우, 점유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가방을 가지고 나올 당시, 상속인들이 아직 그 가방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속인들은 그 아파트에 살지도 않았고, 동거인 사망 후에도 가방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인도를 요구한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상속인들은 소유권은 갖고 있었지만, 사실상 가방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가방을 가져간 행위는 상속인들의 '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
형법 제329조 (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법 제193조 (점유의 승계): 점유권의 취득원인이 법률의 규정 또는 법률행위에 의한 것인 때에는 그 점유자는 전점유자의 점유만을 승계한다. 전점유자가 악의의 점유자이었던 경우에 한하여 승계인은 즉시 그 점유로 인하여 소유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 1981. 8. 25. 선고 80도509 판결: 절도죄에서 '점유'란 현실적으로 어떠한 재물을 지배하는 순수한 사실상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민법상의 점유와는 다르다. 재물을 사실상 지배하는지 여부는 재물의 크기, 형상, 점유자와 재물과의 시간적·장소적 관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결정해야 한다.
결론
이 판례는 상속인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재물을 지배하고 있지 않다면 절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점유'는 단순한 소유권이 아니라 사실상의 지배를 의미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이미 사망한 사람의 집에 침입하여 물건을 가져간 경우, 사망한 사람은 더 이상 물건을 점유할 수 없으므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또한, 사망 사실을 몰랐다면 사체오욕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사판례
이 판결은 살인 후 피해자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고, 사망자 명의의 문서라도 작성일자가 사망 전으로 기재되어 있으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과 함께 소유한 물건이라도, 마음대로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지하철에 두고 내린 물건을 누군가 가져갔다면, 그 사람은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습니다. 왜냐하면 지하철 직원은 승객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활법률
물건의 사실상 지배 상태인 점유권은 자주·선의·무하자로 추정되며, 점유자는 과실 취득, 비용 청구, 반환·방해제거·예방 청구 등의 권리와 자력구제 수단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는다.
형사판례
섬에 버려진 물건을 가져간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섬에서 광산 개발을 위해 가져온 물건들이 광업권 취소로 버려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섬 주민이 가져갔는데, 이를 절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