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그 위에 있는 건물의 주인이 같았다가, 매매 등으로 주인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건물 주인은 땅 주인에게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땅을 사용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데, 이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법정지상권이 언제 발생하는지, 특히 건물을 철거하기로 약속한 경우에도 발생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법정지상권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해서, 땅 주인이 바뀌어도 기존 건물 주인이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땅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279조, 제366조) 이 권리가 없다면, 건물 주인은 땅 주인에게 쫓겨나 건물을 철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건물 철거 약정이 있다면 법정지상권은 발생하지 않을까요?
일반적으로 땅과 건물 주인이 건물을 철거하기로 약정했다면, 건물을 계속 사용하려는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84. 9. 11. 선고 83다카2245 판결,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그런데,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했다면 어떨까요?
이번 판례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땅 주인(피고 1)에게 땅을 증여받은 피고 2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자기 소유의 새 건물을 짓기로 약정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철거 특약'으로 보고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단순한 철거 특약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피고 2는 건물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즉, 땅을 계속 사용할 의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다40080 판결)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는 법정지상권이 발생한 후 건물을 새로 지어도, 기존 건물 범위 내에서는 법정지상권이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1. 4. 26. 선고 90다19985 판결)
결론적으로, 단순히 건물을 철거하기로 한 것과, 철거 후 새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땅을 계속 사용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아 법정지상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번 판례는 법정지상권 발생 여부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민사판례
공유 토지의 일부 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 그 후 건물이 신축되더라도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였더라도 건물 철거 후 신축된 건물에는 원칙적으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
민사판례
땅과 건물 주인이 같았다가 매매로 주인이 달라지는 경우, 보통은 건물 주인이 땅을 계속 쓸 수 있도록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만, 매매 당시 땅 사용에 관한 다른 약속(특약)이 있었다면 법정지상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입니다.
민사판례
땅과 건물 주인이 같다가 땅이나 건물만 팔렸을 때 생기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땅과 건물 주인이 원래부터 같았어야 하는 건 아니고, 매매 당시 같으면 된다. 또, 법정지상권이 인정된 후 건물을 증축한 경우에도, 증축 부분이 법정지상권이 설정된 땅 위에 있다면 철거할 필요 없다.
민사판례
땅과 그 위의 건물 주인이 같았다가 매매 등으로 달라진 경우, 건물 철거 약정이 없으면 건물 주인이 땅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관습법상 법정지상권)가 인정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유지한다.
민사판례
땅과 그 위 건물 모두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건물이 철거되고 새 건물이 지어진 경우, 경매로 땅과 새 건물 주인이 달라져도 새 건물 주인이 땅을 계속 사용할 권리(법정지상권)는 생기지 않는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토지 매매 시 건물 철거 특약이 있더라도, 새 건물 건축 계획처럼 토지 사용 의사가 명확하다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어 건물 철거 의무를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