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상 운영하면서 참 별의별 일을 다 겪습니다. 얼마 전 거래처 甲에게 청과물 대금으로 乙 명의로 발행된 약속어음을 받았습니다. 만기일에 乙에게 돈 받으러 갔더니, 황당하게도 "융통어음"이라면서 지급을 거부하는 겁니다! 甲은 도산해서 행방불명이라네요. 융통어음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
융통어음? 그게 뭔데요?!
쉽게 말해, 실제 거래 없이 돈 빌리는 용도로 쓰이는 어음입니다. 예를 들어 甲이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乙에게 부탁해 乙 명의의 어음을 발행받아 제3자에게 할인(현금화)해서 돈을 융통하는 거죠. 이때 甲과 乙 사이에는 보통 만기일에 甲이 乙에게 돈을 주거나 어음을 회수해서 乙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그럼, 乙은 돈 안 줘도 되는 건가요?
일반적으로 乙은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융통어음이라도 제3자인 저에게는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융통어음인지 몰랐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54856 판결, 1996. 5. 14. 선고 96다3449 판결) 융통어음인지 아닌지는 실제 거래 상황을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乙은 저에게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58721 판결, 1995. 1. 20. 선고 94다50489판결) 또 다른 예외로, 융통어음이 이미 한 번 사용되어 목적을 달성한 후 다시 사용된 것이라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었다면, 乙은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38596 판결)
제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융통어음인지 몰랐고, 담보어음 관련 내용도 몰랐으니, 일반적으로 乙은 저에게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乙이 돈을 주지 않으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받아낼 수 있습니다.
억울하게 떼이는 돈, 꼭 받아냅시다! 💪
상담사례
타인의 신용 보증을 위해 발행하는 융통어음은, 상대방의 악의(융통어음임을 알고 부당하게 취득)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급 의무를 면하기 어렵다.
민사판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한 융통어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 어음을 받은 사람이 융통어음이라는 사실과 담보가 부도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어음 발행자는 그 사람에게 융통어음이라는 이유로 돈을 못 주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어음을 받은 사람 이전의 소유자가 융통어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현재 소유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융통어음이라는 이유로 돈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
상담사례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빌려준 돈의 증거로 제3자에게 받은 융통어음을 제시했지만, 융통어음만으로는 제3자에게 빚을 청구할 수 없다.
민사판례
타인을 위해 발행한 어음(융통어음)의 경우, 어음을 산 제3자에게 '대가 없이 발행했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지만, 제3자가 어음의 문제점을 알고 샀다면 그 주장이 가능하다. 또한, 어음을 산 사람이 문제점을 알았더라도 이전 소유자가 몰랐다면 여전히 문제 삼을 수 없다.
상담사례
융통어음으로 인한 인적 항변의 단절 사례에서처럼 실제 거래 없이 발행된 어음은 돌려막기 등에 악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민사판례
회사가 할인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준 어음을 은행이 그 사정을 알면서 담보로 받은 경우, 그 어음은 융통어음이 아니며 회사는 은행에 대해 어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