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융통어음, 그냥 줬다고 안 갚아도 되는 걸까?

친구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차용증 대신 어음을 써준 적 있으신가요? 혹은 사업상 거래처에 어음을 발행해 준 경험이 있나요? 어음은 편리한 결제 수단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함정도 있습니다. 특히 '융통어음'과 관련된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워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융통어음과 관련된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어음의 세계를 조금 들여다보겠습니다.

질문: 갑은 을에게 신용을 제공할 목적으로, 을을 수취인으로 하는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습니다. 을은 이것을 병에게 할인받아 만기에 병이 갑에게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경우 갑이 병의 청구를 거절할 수 있나요?

해설:

이 상황은 전형적인 '융통어음' 사례입니다. 융통어음이란, 실제 물건 거래 없이 단순히 신용을 제공하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갑이 을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주면서 담보처럼 어음을 받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을은 받은 어음을 병에게 할인받았습니다. 어음 할인이란 만기일 전에 어음을 금융기관 등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병은 어음의 최종 소지인이 됩니다.

이제 만기가 되어 병이 갑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때 갑은 "나는 을에게 돈을 빌려준 것 뿐인데 왜 병에게 돈을 갚아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며 병의 청구를 거절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과연 갑은 병의 청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단순히 융통어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병의 청구를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융통어음이라는 사실을 제3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음법 제17조 단서 규정의 '어음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취득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1다28176 판결).

어음법 제17조(소지인의 권리) 어음의 소지인은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지인이 악의이거나 중대한 과실로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갑이 병의 청구를 거절하려면 병이 '악의'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서 '악의'란 단순히 융통어음인 것을 아는 것 이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병이 융통어음임을 알면서도 을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어음을 받았다면 악의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병이 을과 짜고 갑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질문의 사례에서는 병이 을에게 어음을 할인받았다고 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이 악의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갑은 병의 청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음 거래는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릅니다. 특히 융통어음은 복잡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발행하고, 어음을 취득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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