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5.14

민사판례

묘지 철거, 누구에게 요구해야 할까? - 제사, 분묘 관리, 그리고 권리 남용

최근 아파트 개발 부지에 있던 묘지 때문에 분쟁이 생겼습니다. 땅 주인은 묘지를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묘지 관리인들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과연 묘지를 옮기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요구해야 할까요? 그리고 무조건 옮기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이번 판결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묘지 철거, 누구에게 요구해야 할까?

묘지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하려면, 단순히 묘지가 누구 것인지 뿐 아니라 묘지의 관리처분권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종손이 제사를 주재하고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 권리를 가졌습니다 (대법원 1959. 4. 30. 선고 4291민상182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51182 판결, 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등). 종손이 사망하여 후손이 없다면 (절가), 차종손에게 제사와 분묘수호권이 넘어갑니다 (대법원 1980. 7. 22. 선고 80다649 판결). 단순히 고인을 모시던 사람이라고 해서 묘지 관리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종손이 후손 없이 사망한 경우였습니다. 돌봐주던 사람이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차종손에게 관리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돌봐주던 사람에게 묘지 철거를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민법 제1008조의3 참조)

2. 묘지를 옮겨야 할 의무는 언제까지?

묘지가 있는 땅의 사용권, 즉 분묘기지권은 단순히 묘지가 존재한다고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묘지 관리자가 분묘를 수호하고 관리하는 동안 지속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대법원 1982. 1. 26. 선고 81다1220 판결, 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28970 판결 등). 따라서 묘지 관리가 중단되면 분묘기지권은 소멸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85조, 제279조 참조) 이번 사건에서는 묘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지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3. 묘지 철거 요구, 무조건 할 수 있을까?

땅 주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묘지 철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묘지 철거 요구가 권리 남용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권리 남용이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그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일 뿐이고, 사회질서에도 어긋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민법 제2조 제2항).

이번 사건에서는 땅이 아파트 부지로 개발되고 있고, 땅 주인이 이장 비용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법원은 묘지 철거 요구가 권리 남용이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땅 주인에게 이익이 있고, 묘지 관리인이 입을 손해가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3055 판결, 대법원 1991. 6. 14. 선고 90다10346, 10353 판결,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319, 62326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1967 판결 등).

결론적으로 묘지 철거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땅 소유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묘지의 관리처분권, 분묘기지권의 존속 여부, 권리 남용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묘지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관련 법률 및 판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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