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2.08.30

형사판례

변호사의 범인도피 방조, 어디까지 허용될까?

최근 변호사가 의뢰인의 거짓 자백을 유지하도록 도와 범인도피를 방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불거졌는데요, 오늘은 이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고 변호사의 범인도피 방조죄 성립 여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갑'은 '을' 등이 저지른 사기 사건의 진범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거짓 자백을 했습니다. 이후 갑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피고인'은 갑과 공모하여 이 거짓 자백을 유지하도록 도왔고, 결과적으로 진범인 을 등을 도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범인도피방조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미 진행 중인 범인도피 행위에 가담하여 이를 계속하게 한 경우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이 성립하는가?
  2.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진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도피시킨 시점에 기수가 되지만, 도피 행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범죄행위도 계속됩니다. 따라서 이미 진행 중인 범인도피를 인식하고 이를 계속 돕는 행위는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 참조)
  2.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 이익은 법적으로 정당한 이익이어야 합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진술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은 변호사법 (제2조, 제24조 제2항)에 위배됩니다.
  3.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단순히 갑의 변호를 맡은 것이 아니라, 갑과 을 사이의 부정한 거래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피고인은 갑과 을의 합의를 돕고 합의금 일부를 예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인도피를 도왔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4.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일 뿐, 진범을 은폐하는 허위자백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제32조 (종범), 제151조 (범인도피죄)
  • 변호사법 제2조 (변호사의 직무), 제24조 제2항 (진실 은폐 금지)
  •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도577 판결

결론

이 판결은 변호사의 역할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과 윤리를 어겨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의 직업적 책임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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