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09.25

형사판례

변호인 접견 거부와 국가보안법 위반, 그 경계는 어디일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변호인 접견권 침해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쟁점이 된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접견이 거부되었던 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조항의 위헌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위반의 경계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이 제기되었습니다.

쟁점 1: 변호인 접견 거부와 증거능력

피고인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조사를 받던 중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준항고를 제기했지만, 검찰 송치 후에도 접견은 허용되지 않았고, 검사는 피고인을 신문하여 조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준항고가 받아들여져 접견이 허용되었지만, 이미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헌법 제12조 제4항과 형사소송법 제30조, 제34조에 따라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신체구속 시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포함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변호인 접견이 위법하게 제한된 상태에서 얻어진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0.8.24. 선고 90도1285 판결). 따라서 변호인 접견이 거부된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쟁점 2: 위법한 수사절차와 공소제기의 효력

피고인 측은 불법연행 등 수사 절차상의 위법을 주장하며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사 과정의 위법은 증거 배제 사유는 될 수 있지만, 공소제기 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가 되는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무권한자의 공소제기, 공소제기의 소송조건 결여, 공소장의 현저한 방식 위반 등의 경우에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쟁점 3: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피고인 측은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 헌법의 국제평화주의 및 평화통일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북한이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것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0.6.8. 선고 90도646 판결, 1990.9.14. 선고 90도1518 판결).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쟁점 4: 회합죄의 성립 요건

피고인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제4조, 제5조, 제8조 제1항)를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회합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라는 점을 피고인이 인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으로 인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쟁점 5: 표현의 자유와 이적표현물

피고인은 강연, 미술 작품 제작 및 배포 등의 행위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적행위), 제5항(이적표현물 제작·반포)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하는 표현물 제작 및 배포는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90.4.2. 선고 89헌가113 결정). 또한, 이적표현물을 전시하는 행위도 국가보안법상 '반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변호인 접견권, 국가보안법의 해석, 표현의 자유의 한계 등 중요한 헌법적, 형사법적 쟁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변호인 접견 거부 상태에서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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