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변호인 접견 거부, 배상 책임 인정!

간첩 혐의로 조사받던 중국 국적 화교의 변호인 접견을 국가정보원이 거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은 어떤 상황에서 보장되어야 하며, 국가정보원의 행위는 왜 위법으로 판단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 국적의 화교 A씨는 대한민국에 입국 후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되어 조사를 받았습니다. A씨의 가족은 변호사 B씨 등에게 변호인 선임을 의뢰했고, B씨는 9차례에 걸쳐 접견을 신청했지만 국가정보원은 이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이에 B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국가정보원의 접견 거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핵심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의자 신분 인정: A씨는 비록 형식적인 절차는 밟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수사 대상이었으므로 피의자 신분으로 인정됩니다.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도5939 판결 등 참조)
• 변호인 접견권 침해: 헌법 제12조 제4항은 체포 또는 구속된 사람의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형사소송법 제34조, 제89조, 제209조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인 접견권은 피의자의 인권 보장에 필수적이므로,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제한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2. 5. 6.자 2000모112 결정, 대법원 2007. 1. 31.자 2006모656 결정 등 참조) 국가정보원은 법적 근거 없이 접견을 거부하여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했습니다.
• 피의자 의사의 진정성: 국가정보원은 A씨가 변호인 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들어 접견 거부를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북한 출신으로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격리된 상태에서 진술했기 때문에,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접견을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A씨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음을 고려하면, A씨의 진술만으로 접견 거부를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 국가정보원의 과실: 국가정보원은 A씨의 진술의 진정성에 의심이 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접견을 허용하여 진의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가정보원의 과실에 해당합니다.

결론

이 판결은 피의자의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를 강조하고,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접견 거부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기관은 관련 법령과 판례의 취지를 충실히 따라야 할 것입니다.

참조 조문: 헌법 제12조 제4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4조, 제89조, 제209조

참조 판례: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 대법원 2002. 5. 6.자 2000모112 결정,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6628 판결, 대법원 2007. 1. 31.자 2006모656 결정,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4도593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