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계약 내용 몰래 바뀌면 어떻게 되나요? (feat. 잠수탄 채무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대보증과 관련된  까다로운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내가 보증 서준 계약 내용이 몰래 바뀌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특히 채무자가 잠수를 타버렸다면 더욱 막막할 겁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명쾌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례:

A씨는 친구 B씨가 C회사와 물건을 계속 거래하는 계약에 연대보증을 서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B씨와 C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를 피하기 위해 A씨 몰래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B씨와 C회사는 A씨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계약서는 기존 계약과 채무 발생 원인, 채권자, 채무자, 채권의 목적 등 중요한 내용은 동일하고, 오히려 보증인에게 유리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계약서에는 A씨의 서명이나 도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A씨의 보증 책임은 사라진 걸까요?

법적인 해석:

민법에 따르면,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그 빚을 대신 갚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보증 책임에는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등도 포함됩니다 (민법 제428조 제1항, 제429조, 제430조). 즉, A씨는 B씨의 빚을 B씨가 갚지 못하면 대신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A씨처럼 보증을 선 후, 보증인의 동의 없이 계약 내용이 변경된 경우 보증인의 책임은 어떻게 될까요?  특히 새로운 계약서에 보증인의 서명도 없다면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은 보증 계약 후 보증인 동의 없이 주채무의 내용이 변경된 경우, 다음과 같이 판단합니다.

•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 상실 + 부담 내용 확장/가중:  보증인은 변경 전 주채무에 대한 책임만 집니다. 변경된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 상실 + 부담 내용 축소/감경: 보증인은 변경 후 축소/감경된 주채무에 대한 책임만 집니다.
•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 상실:  기존 주채무는 소멸되고, 따라서 보증 채무도 소멸됩니다.

A씨의 경우, 새로운 계약서가 기존 계약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이라면, A씨의 서명이 없더라도 기존 계약에 따른 보증 책임은 유지됩니다. 즉,  C회사와 B씨가 몰래 계약서를 바꿨더라도,  그 내용이 기존 계약과 실질적으로 같다면 A씨의 보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보증인 몰래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더라도, 변경된 계약이 기존 계약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보증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계약 내용의 실질적인 동일성 여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계약 내용 변경 시에는 반드시 보증인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며,  보증을 서기 전 계약 내용을 철저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참고 판례: 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2001. 3. 23. 선고 2001다62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