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나서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회사가 내 잘못이라며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때 누가, 어느 정도로 입증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느 날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주인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건물 주인이 고의로 불을 질렀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보험회사는 건물 주인이 화재 신고를 늦게 했고, 스스로 불을 끄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여러 개의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건물 주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다른 목격자들과도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보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건물 주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라는 면책 조항이 있을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험회사가 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 참조)
그런데 이때 입증 책임은 단순히 의심이나 추측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진실이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대법원은 원심이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건물 주인이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건물 주인의 딸이 건물 안에서 자고 있었던 점, 다른 사람도 건물에 출입할 수 있었던 점, 화재 발생 시간대에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점, 인화물질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 방화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이 판례의 핵심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매우 높은 확실성을 가지고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의심이나 추측만으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한 면책 조항을 적용할 때는 보험회사가 그만큼 엄격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화재보험과 유사한 공제계약에서 고의로 화재를 일으킨 경우 보험금(공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이 있는데, 실제로 계약자가 고의로 화재를 일으켰는지는 공제자가 증명해야 하며, 그 증명 수준은 매우 높아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원인불명 화재 발생 시, 보험사가 방화를 의심하더라도 보험사가 명확한 증거로 방화를 입증해야 면책될 수 있으며, 피보험자는 결백을 입증할 필요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상담사례
팀장의 실수로 인한 화재에도 보험사가 '중과실'과 '임원'을 이유로 면책 조항을 적용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팀장은 법적 '임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민사판례
화재보험에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세입자의 과실을 직접 입증할 필요는 없다.
민사판례
화재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피해 금액을 다소 부풀려 신고했더라도, 그것이 심각한 수준의 서류 위조나 증거 조작이 아니라면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
상담사례
직원의 방화로 가게에 불이 났더라도, 사장 본인의 고의/과실이 없다면 약관의 '직원 방화 면책' 조항은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